'번개의 2막'이 시작됐다. 남자 100m 결선에서 실격한 지 닷새 만에 대구 스타디움에 나타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여전히 장난꾸러기였다.

2일 밤 열린 남자 200m 준결선 2조 레이스. 장내 아나운서가 볼트를 소개하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볼트는 곧바로 번개 세러모니로 화답했다. 어깨를 경쾌하게 흔들며 춤도 췄다. 출발 총성이 울리기 직전 '혹시나' 하며 숨을 죽였던 관중들은 볼트의 순조로운 출발에 안도하며 박수를 쳤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코너를 돈 볼트는 마지막 50m를 남기곤 좌우를 여유 있게 둘러보면서 스피드를 줄였다. 조깅하듯 여유를 부렸지만 아무도 그를 위협하지 못했다. 20초31로 조 1위. 전체 2위의 기록으로 가볍게 결선에 진출했다.

볼트는 이날 오전 열린 예선 레이스 때부터 여유가 넘쳤다. 100m 결선 때 신었던 흰색 스파이크 대신 노란색 스파이크를 신고 나온 볼트는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태권도 동작을 해보였다. 출발(반응시간 0.314초)은 56명 중 53위에 그칠 정도로 느렸지만 순식간에 추월했고, 관중석까지 쳐다보는 여유를 부리며 1위로 골인했다.

3일 오후 9시 20분 열리는 결선은 100m와 같은 이변이 없다면 볼트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올 시즌 100m에서는 랭킹 5위(9초88)에 머물렀지만 200m에서는 최고 기록(19초86)을 냈다.

그를 위협할 경쟁자도 거의 없다. 올해 볼트를 제외하고 19초대를 기록한 선수는 자메이카의 니켈 애쉬미드(19초95) 정도다. 볼트의 코치진은 "지난 1월 볼트는 개인훈련을 하면서 100m를 9초42에 뛰기도 했다"며 "그때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자신의 세계기록(19초19)을 깰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트는 대회 폐막일인 4일 남자 400m계주에서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로도 나선다. 아사파 파월(29)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불참하지만 우승이 유력하다. 200m 준결승이 끝난 뒤 기쁨에 겨워 스파이크를 관중석으로 던졌던 볼트는 "내가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나를 잡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