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박광민 기자] 그가 달라졌다. 만년 유망주 투수였던 유원상(25)이 LG 트윈스 이적 후 첫 승을 신고하며 자신의 가치를 서서히 증명하기 시작했다. 무려 397일만의 승리였다.

유원상은 3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전에서 2회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구원 등판해 4⅓이닝 동안 삼진 4개를 곁들여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2km에 불과했으나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효과적으로 배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투구수 81개(스트라이크 48개, 볼 33개)가 말해주듯 선발투수급 피칭이었다.

유원상은 지난 7월 12일 김광수의 반대급부로 한화 이글스에서 LG로 트레이드되며 양승진과 함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올 시즌 한화에서 25경기에 등판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6.62에 불과해 트레이드 카드가 됐다.

이적 후 박종훈 감독과 최계훈 투수 코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불펜 피칭을 소화한 유원상은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착실히 컨디션을 끌어올린 유원상은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 2사 1루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박석민을 2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마친 데 이어 지난 25일 잠실 넥센전에서 김광삼을 구원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늘도 유원상의 등판은 갑작스러웠다. LG는 선발 레다메스 리즈가 2회 첫 타자 이호준을 삼진으로 잡은 뒤 갑자기 오른팔 삼두근 근육통을 호소하며 자진강판하자 유원상이 그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몸이 덜 풀린 유원상은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에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안치용과 최동수를 각각 우익수 플라이와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치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유원상은 3회 1사 후 정상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으나 후속타자를 각각 삼진과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4회에는 1사 후 최정에게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맞았다. 이어 이호준을 포크볼로 삼진을 처리했으나 박재상을 볼넷으로 내주며 2사 1,2루 위기에서 박정권의 투수 강습 타구를 몸으로 막고 1루에 차분히 던져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꼭 막아내겠다는 강한 정신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원상은 잠시 주춤했다. 5회만 마치면 기대했던 시즌 첫 승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원상은 1사 후 정상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타구를 잡던 우익수 서동욱이 공을 뒤로 빠뜨리며 1사 2루가 됐다. 이어 최윤석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2루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후속타자 김강민과 조동화를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뿌려 연속 삼진 처리했다.

유원상은 6회에도 등판해 최정과 이호준을 각각 유격수 플라이와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낸 뒤 이상열에게 공을 넘겨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특히 이호준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유격수 오지환에 보낸 박수는 유원상의 여유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경기 후 유원상은 "리즈가 갑자기 아파서 급하게 올라갔는데 팀이 이겨 정말 다행이다. 특별히 부담감은 없었고 최대한 길게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격적으로 던진 것이 주효한 것 같고, 앞으로 보직에 상관없이 팀이 4강 가는데 내 역할 하겠다"고 다짐했다.

LG로 이적 후 유원상은 3경기에서 8⅔이닝 동안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30일 잠실 두산전 이후 397일만에 승리를 거둔 유원상.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상황에 따라서 선발 로테이션 합류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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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