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해머던지기 결선 3차 시기. 무로후시 고지(37·일본)의 힘찬 함성과 함께 그가 던진 해머가 밤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관중석에 있던 한 남자가 팔을 번쩍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시안게임 해머던지기를 5연패(連覇)했던 무로후시의 아버지 시게노부(66)였다.
3차 시기 기록은 81m24. 크리스티안 파르시(헝가리)가 6차 시기에서 온 힘을 다해 81m18을 던졌지만 1위는 6cm 앞선 무로후시 차지였다. '황색 헤라클레스' 무로후시는 세계선수권대회 7수(修) 만에 우승하며 일본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무로후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5년 스웨덴 예테보리대회 때부터 6차례 출전해 2위(2001년), 3위(2003년)를 각각 한 번씩 했을 뿐이다.
무로후시는 투척 선수 가족의 일원이다. '아시아의 철인'이라 불리던 아버지 시게노부는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까지 해머던지기를 5연속 제패했다. 어머니는 1968년 유럽 주니어 챔피언에 올랐던 루마니아 창던지기 국가대표 출신 세라피나 모리츠다. 아시아는 제패했으나 올림픽에서는 입상하지 못한 시게노부는 '자식만큼은 세계 정상에 세우겠다'며 국제결혼을 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동생 유카(34) 역시 일본에서 해머던지기와 원반던지기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어머니를 닮은 체격과 10세 때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 덕에 무로후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아시안게임을 휩쓸었다. 1998년 아버지가 14년간 보유하고 있던 일본 해머던지기 기록을 경신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아버지의 소원을 풀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무로후시는 "아버지는 스스로 열심히 하는 분이었고, 나는 옆에서 그분의 성실함을 배운 것밖에 없다"며 금메달의 영광을 아버지에게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