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날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자꾸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결혼식장 정원에서 특별한 돌잔치가 열렸다.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협회에 맡겨진 아기들 가운데 이번 달에 돌을 맞는 남자 아기 7명, 여자 아기 4명이 돌상을 받았다. 아기들은 위탁모(입양될 때까지 길러주는 여성)의 품에서 햇살처럼 웃고 있었지만, 위탁모들은 가끔씩 고개를 돌리고 긴 한숨을 쉬었다.

한 위탁모는 "돌잔치는 기쁘고 좋죠. 근데 생후 12개월이 될 때까지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입양 가능성이 작아져요. 우리 아기가 새 부모를 만나지 못하면 어떡해요"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 아기 앞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 23일 열린 입양기관 위탁 아기들을 위한 합동 돌잔치에서 대한사회복지회 후원회장인 탤런트 이정길(오른쪽)씨가 한 아기를 축하해 주고 있다. 입양은 대부분 생후 1년 이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돌이 지난 아기들이 양부모를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3번의 뇌수술로 시력이 나빠져 30cm 앞까지만 볼 수 있는 세빈이의 위탁모 이미경(49)씨는 "예전에 맡았던 4명의 위탁아동은 모두 생후 5~6개월 때 입양 부모를 만났는데 우리 아들(세빈)은 몸이 약해서 사람들이 꺼린다"며 "이렇게 예쁜데…"라며 아기 볼에 얼굴을 비볐다.

3번째 생일을 맞아 특별히 초대된 서율(여)이도 건강이 좋지 않아 아직 입양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엉덩이에 있던 엄지손톱 크기의 지방종양을 생후 5개월 때 제거했지만, 걸을 때 발이 안쪽으로 약간 굽는 보행장애가 남았다.

작년 국내 입양의 72%가 생후 3개월 미만일 때 성사됐다. 돌이 지나 입양된 아이는 7.6%에 불과했다. 이번에 돌상을 받은 아기들은 입양될 가능성이 그만큼 작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입양 환경이 후진국 수준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필요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아이'를 입양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 해 버려지는 아이가 1만여명이며, 그중 작년 성사된 1462건의 국내입양 중 장애아 입양은 47건(3.2%)에 머물렀다. 해외로 입양된 장애아가 205명(국외 입양아의 20%)인 것과 대조적이다. 선혜경 대한사회복지회 국외입양부 부장은 "입양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아이들은 거의 친부모 학력·건강 등이 안 좋거나 아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고 말했다. 서너 살이 될 때까지 입양되지 않으면 장애아는 재활원, 장애가 없는 아이는 보육원으로 가야 한다.

요즘 국내 입양에선 '어리고 건강한 여자 아이'를 선호하는 추세다. 입양아 가운데 여자 아이의 비율이 작년에는 67%였고, 올해도 60%를 넘겼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남자 아이보다 여자 아이 기르기가 더 수월하고, 입양됐다는 사실을 아이가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빗나갈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아 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벗기 위해 정부가 2007년부터 국외 입양을 매년 10%씩 단계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국외 입양조차 쉽지 않아졌다. 국내 입양은 적극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2001년 1770건에서 2010년 1462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반면 입양기관에 맡겨지는 아이는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의사들의 낙태 근절 운동이 본격화되고 불법 낙태 단속도 강화되면서 낙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작년 대한사회복지협회에 맡겨진 아동은 1020여명으로 2009년(860여명)에 비해 25%나 늘었다. 선혜경 부장은 "입양을 사회복지 차원에서 보고 아동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려는 입양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