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면서 정치권에 다시 '복지'가 화두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당장 '3+1(무상급식·의료·보육+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민들에게 인정받았다고 보고 '지속가능한 창조형 복지국가'란 슬로건을 만들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투표함을 못 열었을 뿐, 여전히 여론조사 등에선 단계적·선별적 복지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며 기조 변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서민' 이슈를 계속 이어 가기 위한 정책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여야의 색다른 구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5일 "이제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민주당의 양대 노선이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 흐름이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정책 노선을 더 분명히 하고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지난 1월 '보편적복지기획단'을 만들어 8개월간 다듬어온 무상복지 시리즈의 최종안을 29일 발표하기로 했다. 2017년 기준으로 3+1 정책을 추진하는 데 드는 22조원 가까운 재원은 부자 감세 철회와 4대강 예산 등 재정지출 개혁을 통해 증세 없이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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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주민투표로 3+1이라는 1단계 복지 정책이 본궤도에 올랐다면 2단계는 '좋은 성장, 경제정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포퓰리즘과의 전쟁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투표 성립요건을 못 맞췄을 뿐, 215만 명의 서울시민들이 단계적·선별적 복지의 손을 들어줬다"며 "당의 입장은 더욱 견고해졌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도 "기존의 친서민 정책을 이어간다. 보편적 복지로의 이동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나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결국 증세(增稅)로 가나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로 인해 '선별적'과 '보편적'의 차이만 있을 뿐 여·야 간 복지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구소가 주도해 중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대책개발에 나서겠다"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경제 침체) 우려 등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복지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0년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도입했고, 국민연금도 1999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00년에 도입됐다.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지금껏 반값 등록금 등 여·야가 증액을 주장한 내년도 14개 복지예산 항목의 총액을 더해보니 44조~48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 14개 항목의 올해 예산 규모는 21조원이었다. 올해보다 23조~27조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여·야 모두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내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는 평가다. 민주당의 강봉균·김효석 의원 등은 "(증세 등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입장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