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면서 정치권에 다시 '복지'가 화두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당장 '3+1(무상급식·의료·보육+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민들에게 인정받았다고 보고 '지속가능한 창조형 복지국가'란 슬로건을 만들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투표함을 못 열었을 뿐, 여전히 여론조사 등에선 단계적·선별적 복지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며 기조 변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서민' 이슈를 계속 이어 가기 위한 정책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여야의 색다른 구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5일 "이제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민주당의 양대 노선이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 흐름이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정책 노선을 더 분명히 하고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지난 1월 '보편적복지기획단'을 만들어 8개월간 다듬어온 무상복지 시리즈의 최종안을 29일 발표하기로 했다. 2017년 기준으로 3+1 정책을 추진하는 데 드는 22조원 가까운 재원은 부자 감세 철회와 4대강 예산 등 재정지출 개혁을 통해 증세 없이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주민투표로 3+1이라는 1단계 복지 정책이 본궤도에 올랐다면 2단계는 '좋은 성장, 경제정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포퓰리즘과의 전쟁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투표 성립요건을 못 맞췄을 뿐, 215만 명의 서울시민들이 단계적·선별적 복지의 손을 들어줬다"며 "당의 입장은 더욱 견고해졌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도 "기존의 친서민 정책을 이어간다. 보편적 복지로의 이동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나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결국 증세(增稅)로 가나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로 인해 '선별적'과 '보편적'의 차이만 있을 뿐 여·야 간 복지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구소가 주도해 중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대책개발에 나서겠다"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경제 침체) 우려 등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복지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0년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도입했고, 국민연금도 1999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00년에 도입됐다.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지금껏 반값 등록금 등 여·야가 증액을 주장한 내년도 14개 복지예산 항목의 총액을 더해보니 44조~48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 14개 항목의 올해 예산 규모는 21조원이었다. 올해보다 23조~27조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여·야 모두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내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는 평가다. 민주당의 강봉균·김효석 의원 등은 "(증세 등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입장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