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명동 거리

"그때는 서울의 명동과 같았어. 마산지역 상인이라면 오늘 가진 돈을 다 써도 내일이면 그만큼을 벌어들일 정도로 돈 걱정이 없었으니까. 밤만 되면 개도 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흥청망청 지냈지"

창동통합상가상인회 박종근 회장의 말이다. 마산지역은 1971년 수출자유지역이 들어서고 양덕동에 한일합섬이 본격 가동되면서 근로자 수 5만 명, 전국 7대 도시의 명성을 얻은 경남 제1의 도시였다.

박 회장은 "출·퇴근 시간만 되면 수출자유지역과 인근의 한일합섬 공장 주변 거리에는 수천, 수만 인파가 가득 메워 마치 구름 떼가 몰려다니는 듯했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당시 마산시는 국내 최초로 설치된 외국인 전용공단의 근로자 수가 3만7천여 명에 육박했고, 섬유산업이 활황일 때 한일합섬 단일 공장의 종업원 수만 3만4천여 명이었다. 또, 서울, 부산, 대구 등에 이어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최대 전진기지로 평가됐다.

박 회장은 "'마산으로, 마산으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마산 진출'은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희망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83년부터 기업들이 인근 도시로 이전하면서 도시공동화 현상이 나타났고 이후 인구가 꾸준히 감소해 1989년 50만5466명이었던 인구가 올해 41만4602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마산이 창원·진해와 통합된 후 명예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산의 쇠락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창원시와 시민의 공통적인 목표가 생겨났고,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창동예술인촌 조성에 앞서 조사원들이 상가분포와 조성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창원시는 최근 '마산 원도심 재생마스터플랜' 사업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마산원도심권의 역사와 문화를 살려 도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창동 예술촌' 조성 또한 추진하게 된다. 시는 뒤편 골목길 230m에 비어 있는 점포를 대상으로 2년간 예술인들이 무료로 입주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세웠다.

이는 1999년 일본 이바라키현 토리데시(市)의 '아트프로젝트'와 유사한 사업이다. 도쿄의 베드타운이던 토리데시는 주택 내 빈 점포를 빌려서 '이노아티스트  빌리지'를 마련했다. 그 후 일본 전역의 예술가들을 그곳에 모이기 시작했고, 프로젝트 10년이 지난 지금의 토리데시는 매해 2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일본 이바라키현 토리데가 빈 점포를 활용해 조성한 '이노아트스트 빌리지'.

창원시 도시재생과 유경종 주무관은 "예술촌 조성사업은 쇠퇴한 마산 원도심권에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사업이다"라며 "그 가치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상권이 활성화되어 최종적으로 도시를 재생하는 것이 시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통합 창원시는 미래발전에 대한 새로운 비전으로 지역특성을 살린 균형발전 3대 프로젝트로 창원 스마트, 마산 르네상스, 진해 블루오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마산권역은 마산만 워터프론트 조성사업과 원도심 재상사업, 구산해양관광단지 조성 등이 진행되고 있다.

예전의 영화를 재현하기위해 마산 원도심을 부활시키기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 결과, 2011년 4월 도시재생 R&D 테스트베드 사업으로 선정된데 이어, 5월에는 상권활성화구역으로 선정되어 국비 100억원을 지원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지난 19일부터 10일 간 창원시는 예술인촌 조성에 앞서 창원국제연극제를 개최했다.

올해로 23회째이나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하고 마산국제연극제(MIFT)에서 창원국제연극제(CIFT)로 명칭을 바꾸고는 처음이다.

연극을 관람하러 온 양리에(42·여)씨는 "미술치료를 공부하는데, 연극을 보면서 미술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찾아오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매년 연극제를 찾는 무학여고 연극부 학생들은 "외국의 연극을 보면 비록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표정과 몸짓 등 뜻이 전달되는 부분을 배우고자 참석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개막한 창원국제연극제에 개막행사로 중국연극단이 인형극을 선보였다.

'도심 속의 연극 향연에 빠져보자'라는 주제로 열린 연극제는 몽골 울란바토르 예술극단을 비롯한 중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5개국 연극단체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경남예술극단, 극단 '새벽', 박은혜 춤패 등 5개 단체가 공연한다.

창원국제연극제 조직위 이상현 사무국장은 "국내외 다양한 연극 공연을 통해 침체한 옛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매년 연극제를 개최하고 있다"며 "예부터 불리던 예향 마산(藝鄕 馬山)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예술인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3·15아트센터 등지에서 계속되는 창원국제연극제는 오는 28일까지 운영되며, 자세한 사항은 창원공연예술진흥회(055-240-6151/www.mitf.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