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는 '바브 알아지지야'에 없었다. 23일 리비아 반군이 카다피 국가원수의 유력한 은신처로 추정했던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장악해 샅샅이 뒤졌지만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는 24일 카다피를 생포하거나 사살하라며 현상금 200만디나르(약 18억원)를 내걸었다.

카다피는 24일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술적 이유로 바브 알아지지야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의 소재를 둘러싼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그가 리비아에 남아 있지만 트리폴리를 떠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NTC의 파티 터벨 위원은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그가 다른 지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을 크게 점쳤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없다면 요새의 지하 비밀 터널을 통해 시내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습을 막기 위해 1980년대 만들어진 이 터널은 트리폴리 시내는 물론 주요 지역과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다. 터널은 미로 같은 복잡한 구조에 길이가 321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토군이 위성을 동원해 공항과 항구·통신망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다피로서는 지하 터널이 최선이자 유일한 탈출구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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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는 이미 지난 주말부터 트리폴리에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카다피가 반군에게는 트리폴리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면서 실은 고향 시르테에서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알아지지야 탈출 과정에서 고도의 연막전술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나타난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키르산 일륨 지노프 국제체스연맹 회장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이 트리폴리에 있다고 알린 것은 교활한 도피술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카다피가 반군이 파악하지 못한 별도의 지하 요새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나토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서방 기자들이 머무르고 있는 트리폴리 내 릭소스호텔 지하에 숨어 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