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븐 샤르마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회장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데븐 샤르마 회장이 전격 교체됐다. S&P가 5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린 이후 미 금융감독기관과 법무부가 S&P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단행된 인사 조치다. 샤르마 회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회사 측은 "미 정부의 조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교체가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S&P의 모기업인 맥그로힐이 22일(현지시각) 이사회를 열어 샤르마 회장의 퇴진을 결정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후임에는 더글러스 피터슨 씨티뱅크 최고운영자(COO)가 지명됐다.

현재 미 정부는 S&P에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S&P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결정과 관련해 부채 2조달러의 계산을 잘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2일 S&P의 신용등급 평가 모델을 면밀히 조사하는 한편 신용등급 강등 발표 전 정보 유출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SEC는 증시 관련 업무 외에 신용평가사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도 맡고 있다.

S&P 뉴욕 본사

이어 18일에는 미 법무부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S&P 가 모기지증권(주택담보대출을 바탕으로 만든 파생상품) 신용등급을 산정하는데 있어 하자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S&P는 최근에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시를 비롯한 3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펀드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가 이들 지자체로부터 잇달아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샤르마 회장은 국가나 기업에 대해 무자비한 평가를 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모기지 관련 상품의 신용등급을 회사의 이익에 따라 엉터리로 평가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와 관련해 샤르마 회장은 더욱 엄격하게 등급 평가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S&P가 강성 이미지를 갖게 되자 대주주들이 부담스러워했으며 결정적으로 미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로 발전한 것이 샤르마 회장의 퇴진이 결정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후임으로 내정된 피터슨 차기 회장은 그동안 정부와 친목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미국 정·관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P가 샤르마 회장을 교체한 것이 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목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S&P는 샤르마의 후임을 지난 6개월간 물색해 왔으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 이후 미 정부가 진행중인 수사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