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약국은 2009년 12월 소화가 잘 안 돼 레보스피드정(25㎎) 처방전을 받아 온 고객에게 ××돔페리돈정(10㎎)을 주었다. 처방약이 약국에 없자, 성분이 같은 약으로 골라 주었지만 함량이 다른 것이었다. 이렇게 처방전과 다른 약을 쓰려면 의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약국은 의사는 물론 환자에게도 약을 바꿨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B약국은 감기환자에게 처방약을 팔면서 항생제를 바꾸었다. 이 항생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동등한 약효가 있다고 인정받지 못한 약이었다. B약국은 1년10개월 동안 환자들에게 1만여 차례 값싼 약들로 바꿔준 뒤 건강보험공단에는 비싼 약을 그대로 조제한 것처럼 속여 1700만원의 약값 차액을 챙겼다.
의사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처럼 처방약을 제멋대로 바꾸거나, 처방전의 비싼 약 대신 싼 약을 주고는 건강보험공단에 비싼 약값으로 청구해 부당이득을 챙긴 약국들이 적발됐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국회 이낙연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이 작년 10월과 올 4월 2차례에 걸쳐 실시한 조사에서 의사에게 사전·사후 동의없이 환자에게 처방전과 다른 약을 대체조제한 약국 177곳이 적발됐다. 약국에서 조제했다고 신고한 약 수량이 제약회사·도매상에서 실제 구매한 약 수량과 차이가 큰 약국 193곳을 집중 조사한 결과였다.
이들 약국은 처방전의 비싼 약 대신 싼 약을 환자에게 주고도 건강보험공단에는 비싼 약값을 그대로 청구해 29억7000만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성분·함량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
심평원은 올 4월 95개 약국을 조사했다. 이 중 처방전 약과 성분·함량·크기가 다른 엉뚱한 약으로 대체조제해 적발된 약국이 5곳, 처방 약과 성분·함량이 같지만 약효가 같다고 인정받지 못한 약으로 바꾼 약국이 72곳이었다. 약국들은 "병원에서 처방약을 자주 바꾸는 바람에 재고가 쌓여 어쩔 수 없이 성분이 같은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함량이 다르거나, 처방약과 약효가 같다고 인정받지 못한 약으로 몰래 바꾸면 누가 약국을 믿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약국에 처방약과 같은 약이 없는 경우, 약값 절감을 위해 처방약과 성분·함량·크기가 같은 약의 경우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가 성분·함량·크기 등이 다른 엉뚱한 약으로 바꾸거나, 바꾼 약에 대해 의사 동의를 얻지 않으면 약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처방전 2장 발행해야 방지 가능
불법 대체조제는 동맥경화약이 가장 많았다. 약국 55곳에서 적발됐다. 골다공증약은 한알당 약값 차이가 7700원이나 되는 싼 약들로 대체조제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불법 대체 조제 건수가 전체 처방전의 15%인 4만8000건에 달한 약국도 적발됐다.
이에 대해 약사들은 "대부분의 약국에선 정상적인 대체조제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약사회 박인출 부회장은 "심평원에서 적발된 곳은 2만개 약국 중 극히 일부이고, 나머지 대다수 약국들은 성실히 대체조제한다"며 "약사회 차원에서도 이런 불법 대체조제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