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69의 세계 신기록으로 1위를 한 다음 신발을 벗었다. 그는 방송 카메라 앞에 서서 황금색 신발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 모습이 전파를 탄 지 한 시간 만에 디자인이 같은 제품이 전 세계에서 약 200만 켤레나 팔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신었던 신발의 인기는 그만큼 폭발적이었다. 당시 한국엔 이 제품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에서도 '번개'의 신발에 시선이 쏠린다. 볼트는 이번에 '볼트 스파이크'라 이름 붙은 신발을 신을 예정이다. 볼트가 2008년 6월 뉴욕 대회에서 처음 신고 세계기록을 세운 '푸마 테시우스 Ⅱ' 시리즈의 최신 버전이다.
볼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황금색,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선 오렌지색 '테시우스 Ⅱ'를 신고 100·200m 세계기록을 세웠다. 푸마 측은 "볼트는 대구에서 노란색이나 흰색 제품을 신을 예정"이라며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볼트의 이번 신발은 베를린 대회와 기능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신발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볼트가 가장 이상적인 레이스로 꼽은 대회가 베를린 세계선수권이기 때문이다.
볼트의 발에 날개를 달아줄 '볼트 스파이크'의 한쪽 무게는 204g이다. 일반인이 신는 운동화가 300~400g임을 고려하면 경량 스파이크다. 훨씬 가벼운 신발을 신었던 선수도 있다. 200m와 400m 선수였던 미국의 마이클 존슨은 현역 시절 한쪽에 90g 안팎의 초경량 신발을 신었다. 신발 사이즈(왼쪽 280㎜·오른쪽 285㎜)가 달라 무게도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가 1999년에 세웠던 400m 세계기록(43초18)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볼트의 라이벌인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의 신발도 190g 미만으로 알려졌다.
볼트는 196㎝의 큰 키답게 '왕 발'을 자랑한다. 신발 사이즈는 330㎜, 폭은 10㎝다.
기록 행진을 이끄는 볼트의 신발엔 첨단 과학이 숨어 있다. 착화감을 높이기 위해 겉 재질은 캥거루 가죽으로 만들었다. 호주산 캥거루 가죽은 최고급 축구화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가볍고 내구성과 탄성이 좋다. 신발 한 켤레를 만들려면 캥거루 한 마리의 가죽이 필요하다. 볼트는 "발에 찰싹 감기는 느낌이 들어 마치 신발을 신지 않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극세사 섬유의 안감은 볼트의 발을 부드럽게 감싼다. 볼트는 일반적인 스프린터처럼 레이스를 할 때 양말을 신지 않는다. 발과 신발이 더 잘 밀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밑바닥은 딱딱하다. 바닥이 푹신하면 트랙을 밟았을 때 발과 지면이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져 스피드를 내는 데 불리하다.
밑창과 발 사이에 있는 중창(미드솔)은 스키 부츠에 쓰이는 페백스(pebax) 소재로 만들어 효율적으로 힘을 전달한다. 플라스틱 소재의 밑창은 반발력을 극대화한다. 밑바닥 앞쪽엔 순간 스피드를 내기 위한 탄소 섬유의 징이 8개 박혀 있다.
볼트의 스프린터용 신발 외에도 육상 경기엔 종목별로 신발이 다양하다. 중장거리 선수들의 신발 뒤축엔 발의 피로를 덜기 위해 단거리용 신발엔 없는 쿠션이 있다. 땀 배출이 쉽도록 신발 표면 외에 안창에도 구멍을 냈다.
높이뛰기 선수의 신발엔 안정적인 점프 자세를 위해 징이 앞뒤로 다 박혀 있다. 도약 순간 수평 운동을 급격하게 수직 운동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흔들려선 안 된다. 멀리뛰기 선수는 착지 때 모래가 들어오지 않도록 덮개 구조의 신발을 신는다.
포환이나 원반, 해머던지기 등 투척 경기용 신발은 밑창이 독특하다. 원 운동의 축이 되는 부분은 회전할 때 저항을 줄이기 위해 요철이 거의 없고 밋밋한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