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개인용컴퓨터) 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PC사업을 떼어내 별도 회사로 분사(分社)하기로 했다. IT업계는 결국엔 휴렛팩커드가 PC사업을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렛팩커드는 또 실적이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과 태블릿PC 사업을 아예 접기로 했다. 대신 기업용 대형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 집중하고, 여기에 맞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비즈니스 서비스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휴렛팩커드는 2001년 컴팩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PC업체로 올라섰다. 한 해 4000만대 이상 PC를 판매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19%에 이른다. 그런 휴렛팩커드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세계 IT산업에 일고 있는 급격한 지각변동의 강도(强度)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돌풍으로 세계 IT산업 판도가 바뀌면서 휴대전화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왔던 노키아가 추락하고, 모토로라는 구글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오랫동안 IT기기의 대표 자리를 지켜왔던 PC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새로운 인터넷 접속기기에 밀려나고 있고, 휴렛팩커드·델·에이서 같은 PC업체들이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IT산업의 주도권은 이제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강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권력 이동'이다. 국내 IT업계는 하드웨어에만 매달리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타는 데 뒤처졌다. 최근에야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려고 애쓰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휴렛팩커드 역시 몇 년 전부터 대형 M&A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려 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가동시키는 독자적 운영체제(OS)도 갖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주력산업까지 포기하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과거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고 했다. 국내 IT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이처럼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완전히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과거의 제조업 성공모델에 안주해 소프트웨어 인력을 조금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밀려오는 위기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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