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변사체의 신원이 남편으로 확인되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2개월 전 남편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고 이혼 소송을 냈는데, 남편은 경찰의 소환 조사를 앞둔 상태였다.

A씨는 5년 전 직장 선배의 주선으로 남편을 만났고, 그의 능력과 원만한 성격에 마음이 끌렸다. 결혼 후 1년 만에 아이를 낳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남편은 명문대 의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서울 근교에서 병원을 운영했다. 실력도 있는데다 남다른 친절로 병원엔 많은 환자들이 몰렸다.

그런 남편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서울 강남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대학 선배를 만난 이후부터였다. 그 선배는 남편에게 주점에 투자하면 높은 이익을 나누어 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남편은 술집에 큰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대학 선배가 보장한 투자 이익은 지켜지지 않았다. 남편이 확인해보니 그 대학 선배는 도박의 늪에 빠져 사채업자에게 큰 빚을 지고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그 주점을 인수하게 되었다. 영업은 잘 되는 편이었다.

이 술집은 접대부들을 불법 고용한 업소였다. 남편은 직접 주점을 운영할 수 없었고 대신 영업을 맡을 '마담'을 별도로 고용했다. 남편은 낮엔 병원에서, 밤에는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마담'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A씨는 어느 날 남편의 휴대전화를 몰래 검색했다. A씨는 남편이 '마담'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다음 날 남편 모르게 '마담'을 만나 남편과의 관계를 따졌다. 그런데 이 '마담'은 태연하게 "오래전부터 연인 관계였고 현재는 임신 중"이라면서 오히려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A씨는 분노했다. 병원으로 달려가 자초지종을 따졌다. 남편은 '마담'의 임신과 이혼 요구가 의외였는지 매우 당황해했다. 남편은 그날 저녁 '마담'을 만나 가정을 지키겠다며 낙태를 요구했다.

이번엔 '마담'이 분노했다. 헤어지는 대가로 술집을 주지 않으면 병원에 악소문을 내고 불법영업을 신고하겠다고 남편을 협박한 것이다.

남편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마담'을 떼어내기 위해 남편과 '마담'을 간통 혐의로 고소하고 남편을 상대로 한 이혼소송을 떠올렸다. 형사처벌을 두려워 한 '마담'이 남편에게서 스스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마담'은 병원을 찾아가 소란을 피웠고, 그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 병원은 큰 타격을 입었다. 마담의 신고로 술집까지 단속을 당해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지금껏 좌절을 모르고 살아왔던 남편은 충격을 받았다.

A씨는 '마담'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남편도 이참에 혼나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간통 고소를 취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남편의 어이없는 자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