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날씨는 (기상 전문가인) 저희들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예측하기) 어렵네요."

기상청 예보 업무를 맡고 있는 A국장은 올여름 연일 지속되는 비가 지긋지긋하고 끔찍하다고 했다. 기상청의 다른 전문가들도 "유례없이 서늘한 여름", "과거에는 보기 힘든 강우(降雨) 패턴이 나타난 해"라고 말한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비가 자주 오고 기온이 뚝 떨어져 강우량, 최고 온도 등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창 더워야 할 8월 중순의 날씨가 가을 날씨처럼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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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엔 비가 너무 자주 내렸다. 국지성(局地性) 집중호우로 홍역을 앓은 서울의 경우 올여름 강수일수가 1908년 이후 역대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이 6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 날씨를 집계한 결과 77일 가운데 48일(62.3%) 비가 내렸다. 사흘에 이틀은 비가 내린 셈이다.

일부 남부지방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곳에 비가 온 것도 올여름의 특징이다. 기상청이 1973년 이후 강우량 관측 기록이 있는 전국 47개 대표 관측지점의 올해 강우량(1월 1일~8월 16일)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평균 1307.4㎜의 강우량을 기록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1324㎜의 비가 내렸던 1998년이었다.

올여름 폭우는 중부지방은 예년보다 강우량이 훨씬 많고 남부지방은 이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중고남저(中高南低)' 현상이 뚜렷했다. 전국 47개 지점 가운데 예년(1981~2010년 평균) 대비 강우량이 많은 상위 10위까지가 모두 중부지방이었던 반면, 47개 지점 중 예년보다 비가 적었던 부산과 목포·완도·서귀포 등 4개 도시는 모두 남부지방이었다. 〈

예년 대비 강우량 상위 1위는 무려 1933.8㎜를 퍼부은 인천 강화군으로 예년 평균(921.9㎜)보다 2.1배 많은 비가 쏟아졌다. 수원과 원주·춘천·인제·인천 등지도 쉴 새 없이 비가 쏟아지면서 예년보다 2배 안팎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과거 104년의 여름 동안 비가 가장 잦게 내린 서울은 강우량에서도 역대 2위의 기록을 세웠다.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총 1901.9㎜로 집계됐다. 이는 1908년부터 2010년까지 같은 기간에 내린 평균 강우량(941㎜)의 2배를 웃돌고, 최근 30년 평균(990.3㎜)보다는 1.92배 많은 기록이다.

올해 강우 기록이 계속 깨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우리나라가 9월 상순까지는 (덥고 축축한 공기를 국내로 유입시키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의 가장자리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럴 경우 (열대지방의 뜨거운 수증기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의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에 유입되면서 국지성 집중호우의 강우 패턴이 추석 전까지 계속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좀 더 정확한 전망은 다음 주 중반 이후에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