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게 누구… 운지 맞혀보… 실래요? 워, 원빈 아저씨!"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청 4층 대강당 '아우인형 만들기' 행사장. 10대 학생과 장애인 등 350여명의 참가자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준비해온 바늘로 한땀한땀 인형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뇌병변 1급인 김재호(32)씨는 자신이 만든 정장 차림의 인형을 보며 "아… 저씨… 원빈… 멋있다"며 즐거워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김씨는 화장실도 가지 않은 채 2시간 넘게 바느질을 이어갔다. 양손이 불편하다보니 일반인보다 2배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바느질이 서툴러 손가락 이곳저곳을 찔렸다. 김씨는 42㎝ 크기의 인형을 완성한 뒤 명찰을 달고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원빈'이라는 이름과 함께 인형의 키를 192㎝(실제 키는 178㎝)로 적었다. "이… 걸로 아이… 들 도… 옵고 싶어… 요."

17일 송파구청에서‘아우인형’만들기에 참가한 김준형·박수연·구자유·소유림·김유현 학생(왼쪽부터)이 각자 만든 인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처럼 10대 학생을 포함, 장애인·자원봉사자 등 350여명이 참가해아프리카 어린이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금 마련에 동참했다.

'아우인형 만들기'는 송파구청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해외 아동 예방접종기금 마련 자원봉사 캠페인'을 기획하며 열렸다. 참가자들이 만든 '아우인형'을 다른 후원자들이 '입양'해 이를 통해 얻은 기금으로 아프리카 등 세계 150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예방 접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9년부터 아우인형 만들기를 기획해온 송신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팀장은 "'아우'는 동생, 아우르다는 뜻과 함께 '아름다운 우리'를 줄인 말"이라며 "어려운 이웃을 가족처럼, 동생처럼 생각하며 돕자는 의미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10대 학생이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따뜻한 마음과 꿈을 함께 담았다. 입을 굳게 다물며 인형을 만들던 김영진(13)군은 "박지성 선수가 한·일전에서 뛰는 모습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며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인형을 들어 보였다. 김군은 "형편이 어려워 축구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만든 인형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강예진(13)양은 하얀색 털옷을 입힌 인형을 보이며 "지금 우리나라는 여름이지만 추운 곳에 있을 아이들을 위해 두툼한 옷으로 감싸줬다"고 설명했다.

가락중학교 2학년 전정민(14)양은 "공부 때문에 봉사활동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좋아하는 인형을 만들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이 디자이너인 전양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특별히 2단 스커트를 인형에게 입혀봤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500여개의 인형이 완성됐고 인형 한 개에 3만원에 판매됐다. 개인 기부와 현장 '인형 입양'(구입)만으로 100만원이 넘는 기금이 모아졌다. 송신혜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40만명의 어린이들이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아우인형 1개가 다른 나라 어린이 한 명을 질병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느질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50여명이 도와줬다. 특히 장애를 가진 참가자들에게는 2명의 봉사자들이 붙어 옷감 선택과 바느질 방법 등을 세심하게 말해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자원봉사자들이 인형 만드는 모습을 지켜본 마거릿 클라케-퀘셰 주한 가나대사는 "아프리카의 어려운 국가를 돕기 위한 봉사활동을 많이 봐왔다"며 "오늘처럼 밝은 분위기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김경아(43)씨는 양손 사용이 어려워 20년간 송파구민회관에서 오른발로 그림을 그려 왔다. 그런 김씨도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해 바늘을 들고 인형을 완성했다. 원피스를 입은 여자 인형이었다.

"도움만… 받았는… 데 나도… 도와줄 수 있… 어 좋다"며 "그… 림 그릴 때… 보다 해, 행복…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