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부르고 싶은 노래요? '아리랑'요."
16일 정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점심 식사를 하러 가던 사람들이 지하 1층 피아노 라운지에서 들려오는 '아리랑' 노랫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일본, 태국, 아르헨티나 등 외국인 부모를 둔 서울다문화어린이합창단 21명이 이곳에서 매일 1시간씩 열리는 '정오의 음악회' 무대에 올랐다. 창단 이후 첫 공연이다.
"아리란 아리란 아라리요 아리란 고개를 넘어간다." 합창단 어린이의 80%가 일본인 어머니나 아버지를 두고 있다. 받침 'ㅇ' 발음이 쉽지 않은지 'ㄴ' 발음처럼 들렸다. 아이들은 "아리랑을 제대로 부르겠다"며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는 발음 교정에만 집중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미국인인 합창단의 맏언니 이노우에 요코(14)양이 '아리랑'을 부르자고 제안했다. 요코양은 "난 한국서 태어나고 자란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라며 "아리랑을 부를 때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아이들이 발뒤꿈치를 올렸다 내리는 율동과 함께 화음을 넣어 아리랑을 부르자 관객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순식간에 환자와 보호자 150여명이 모이고 공연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1·2층 복도와 난간도 관객으로 찼다. 병원 측은 "다른 날 공연 때보다 관객이 훨씬 많다"고 했다. 이날 공연은 '도레미송' '오버 더 레인보' 등 노래 8곡, 우렁찬 기합이 섞인 응원 댄스, 그리고 외국인 어머니 15명의 합창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휠체어에 앉은 뇌경색 환자 최복임(36)씨는 "아이들의 건강하고 밝은 기운이 나한테도 전해져오는 것 같다"며 "오전에 재활 치료를 마쳤으니 돌아갈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정말 예뻐 점심도, 집도 잊은 채 이렇게 앉아 있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와 중랑구에 사는 50여 다문화 가정이 운영하는 광진다문화가정협의회는 올해 초 초등학생 28명으로 합창단도 만들었다. 8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성악 전공의 일본인 야마모토 노리코(41)씨가 지휘를 맡았다.
아이들은 일요일마다 교회 강당에서 2시간씩 노래 연습을 했다. 공연 날짜가 잡힌 두 달 전부터는 토요일에도 모여 맹연습을 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김인혜(12)양은 "나이 어린 동생들이 아무래도 오래 집중하지 못해 팀워크 맞추기가 힘들었다"며 "공연을 잘 마쳐 뿌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