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혁 워싱턴 특파원

에임스는 아이오와 주립대가 먹여살리는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지난주 에임스의 공화당 대선후보 스트로폴(비공식 예비투표) 현장은 약 4만여명의 인파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스트로폴은 공화당 아이오와 지부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겸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1인당 30달러씩을 내야 한다. 한국에서는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판인데, 정식 선거도 아닌 인기투표성 행사에 참가비까지 내고 투표를 한다니…. 미국인들의 참여정신이 그만큼 투철해서일까.

물론 아니다. 스트로폴의 흥행 성공은 전적으로 '미국식 돈 선거' 때문이다. 이날 각 후보들은 버스를 동원해 아이오와 각 지역에서 유권자들을 많게는 수천명씩 에임스로 실어날랐다. 후보들의 홍보텐트에 가서 해당 후보를 찍겠다고 등록만 하면 30달러짜리 투표권을 그냥 나눠줬다. 후보들은 서로 "우리가 투표권을 더 많이 배포했다"는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를 대통령으로' 등의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모자·배지 등 기념품과 핫도그·바비큐·음료수 등 음식은 투표와 상관없이 줄만 서면 무한정 나눠줬다. 각 후보 텐트에는 '손님'을 끌기 위한 유명 컨트리 가수 등의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차편부터 음식·공연까지 모든 게 공짜인 이 행사에 주민들은 가족들과 함께 주말 소풍 가는 기분으로 몰려든 것이다.

'비용 대납(代納)' '버스 동원' '음식 제공'은 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들으면 모두 펄쩍 뛸 내용들이다. 하지만 돈에 의해 좌우되는 이런 선거 문화가 미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돈만 많이 쓰면 투표에서 이기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공화당 아이오와 지부 관계자는 "돈을 모으고 쓰고 사람을 동원하는 게 능력"이라고 답했다.

다른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재선(再選) 도전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부터 10억달러(약 1조7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모금 목표에 맞춰 주요 일정의 상당 부분을 모금행사 참석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주 뉴욕의 사교계 거물들을 대상으로 한 호화판 모금파티 참석을 강행했다. 1인당 참석료가 3만5800달러나 되는 이날 행사로 오바마는 230만달러의 '실탄(實彈)'을 추가 확보했다.

미국의 선거 시스템은 워낙 넓은 땅덩어리에서 선거운동을 벌여야 하고, 또 값비싼 미디어전(戰)에 대한 의존 비중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도 정책과 비전보다 돈이 앞서는 선거문화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버디 로머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과거에는 '1인1표(票)'였지만 지금은 '큰 수표 1장에 수천표'가 됐다. 돈이 정치를 더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 전 세계가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던 각종 '미국식 시스템'이 최근 급격한 위상 추락을 겪으며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미국의 '돈 선거 문화'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