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올 2학기부터 학생들에게 가르칠 '교사용 성교육 매뉴얼'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거친 방법도 불사(不辭)한다"(중학교용 매뉴얼 제6장)는 식의 적극 대응 방식을 권고했다. 성폭력에 맞서는 방법으로 '1000미터 밖에서도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악쓰기' '남성의 급소를 발로 차는 연습하기' '자신에게 맞는 호신용품 늘 휴대하기'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지금까지의 성폭력 예방교육은 '일찍 귀가하기' "'안 돼요, 싫어요' 라고 말하기" 등 수동적인 내용이어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은 아동 10만명당 성폭력 범죄 빈도가 연 17건 수준으로, 독일·영국·미국보다 크게 낮고 일본보다는 다소 높다. 그러나 최근 4년의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추이를 보면 일본·영국·독일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69%의 증가율을 보였다. 유영철·강호순·조두순·김길태 같은 기억하기도 싫은 이름들이 끔찍한 연쇄 살인과 아동 성폭행을 저질렀지만, 많은 희생자가 이렇다 할 저항 한번 못해보고 그들의 잔인함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이번 매뉴얼은 힘센 가해자에 맞서려면 자기방어 훈련을 통해 '거친 저항 방법'을 반드시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성폭력대처전국협의회(NCASA)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자기방어를 위한 육체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가해자를 심리적으로 누를 수 있는 대화의 기술도 중요하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권고하고 있다. 어린 학생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키려면 과연 어떤 육체적 저항 수단이 유효할지 보다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사전에 위급한 상황을 막아주지 못했다면 청소년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대처 방법을 가르치고 익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성폭력 저항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 학생들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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