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가다 보위부 안전원이 보이면 먼 곳에서부터 가슴이 팔랑팔랑합니다. 그냥 인사만 받고 지나가면 좋은데, 죄가 하나도 없는 사람들한테 '앉아라. 아가리 벌려라'고 한 뒤 가래침을 입에다 뱉어서 구역질이라도 하면 거기서 있는 매 없는 매를 다 때렸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감됐던 탈북자 김혜숙(50)씨는 12일 국회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 나와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김씨는 또 "남한은 쌀과 밀가루를 (북에) 보내주지만, (북한에서는) 한 톨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친이 1975년 월남한 후 3살 때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 28년간 수용소 생활을 했으며, 탈북 후에는 화가로 활동하며 국내·외에 북한 인권실상 전파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1975년 2월 말부터 2002년 8월까지 수용소에서 갖은 천대와 멸시를 느끼며 28년간 살았다"며 "1997년부터 2002년까지 공개 총살이 가장 많았다. 한 달에 70∼80명을 총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수감됐던 18호 북창 정치범수용소 세부 시설과 함께 수감자 공개처형 모습 등을 담은 대형 그림들과 자료집까지 준비해 수용소 생활을 약 10분간 상세히 설명했다.
 
김씨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은 당 북한인권위원장인 이은재 의원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김씨를 국회 법제사법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야당의 강력한 반발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번 자리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소중하고 용기 있는 증언을 해줘 감사하다"면서 "북한인권법을 비롯해 탈북자들이 이곳에서 훌륭한 생활을 하고 통일 후 북한 일을 하면서 소중하게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일, 자신의 신변 보호와 향락 위해서는 돈 아끼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