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의 이름은 대표팀 유니폼을 벗고 나서 더 자주 언급된다.
한국 축구는 10일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후 처음 맞는 한·일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며 그의 부재(不在)를 실감했다.
작년 5월 박지성은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수비수 4명을 제치고 첫 골을 터뜨린 뒤 천천히 일본 관중석을 응시했다. 그 기세에 눌린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시 일본 취재진은 경기 후 일본 축구에 대한 충고 한마디를 듣기 위해 박지성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1년3개월이 지난 한·일전에서 박지성 없는 한국 축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측면과 중앙,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뛰는 '산소탱크'가 사라지자 한국의 압박은 느슨해졌고, 공수 전환도 느려졌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의 공백은 경기력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만한 리더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감독에게 직접 훈련 시간 조절을 건의하는 등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한국 팀은 작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이란 성과를 남겼다.
확실한 리더가 없는 한국 축구는 이번 한·일전에서 일본의 파상공세에 힘없이 흔들렸다. 일본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박지성 없는 한국은 라이벌도 아니다" "박지성이 빠져 편하게 봤다"는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