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수 청소년자연과하나되기연구원장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국민동요의 반열에 올라 있는 '과수원길' 가사의 두 구절이다. 이 노래에 나오는 아카시아는 장미목(目), 콩아과(亞科)에 속하는 속성수(速成樹) 낙엽교목(落葉喬木)으로 미국 동부지방이 원산지다. 맹아력(萌芽力)이 뛰어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한때 사방조림(砂防造林)용으로 많이 심었고, 나무는 가구재(家具材), 꽃은 꿀을 모으는 밀원(蜜源)으로 유용한 나무다.

그런데 이번 서울 우면산 산사태 원인의 하나로 아카시아가 지목된 기사를 읽었다.(7월 29일자 A5면) "뿌리에서 수분을 많이 흡수하지 못하고 위로만 뻗어나가는 수종(樹種)인 아카시아가 많은 것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산사태가 난 우면산을 비롯해 대부분 '공원'이 된 서울의 청계산(강남), 일자산(강동) 등 마을 뒷산에는 아카시아가 우점종(優占種)인 곳이 많다. 필자의 견해로는 수종 문제보다는 작년 태풍 곤파스 내습 때처럼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해 약하고 노쇠해서 쓰러진 폐사목들을 제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토막 내 쌓아둔 채 방치한 게 문제라고 본다. 아카시아는 밀원과 목재로서의 유용성과 나무가 주는 풍부한 정서에도 불구하고, 일본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산을 망치기 위해 심었다는 오해와 묘지까지 뿌리를 뻗기 때문에 '몹쓸 나무'라는 미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60~70년대 민둥산에 많이 심어 토사(土砂)의 침식을 막아주고 산림녹화에 기여한 나무였는데, 산사태의 한 원인으로 누명을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로지 사람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해로운지의 실용적 관점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지만 아카시아든 참나무든 소나무든 모두가 산에서 자라야 할 나무들이다. 혹 아카시아가 산사태를 촉진하는 나무로 잘못 분류되어 우리 산하에 자라는 아카시아가 모조리 사라지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지금 우리는 아카시아 꽃이 피어도 벌들이 모이지 않는 쓸쓸한 꽃 잔치가 벌어지는 생태계의 변혁기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