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남일 <사진>전 부총리가 김정일에 의해 암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고위 탈북자 A씨에 따르면, 1976년 2월 남일 당시 부총리는 평남 안주의 남흥청년화학공장을 시찰한 뒤 관용 벤츠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순안공항 부근 도로에서 군용 트럭과 충돌했다. A씨는 "당시 사고 현장에 다녀온 사회안전부(경찰) 교통조사과 부과장의 비밀 보고를 받았는데 사고가 의혹투성이였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를 낸 트럭이 '91'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고 있었는데 이 번호판은 김정일의 호위를 책임지는 호위2국 소속 차량들만 달 수 있다"고 했다. 또 어디선가 모여든 호위2국 소속 장교들이 현장을 통제하며 교통조사과 부과장의 조사를 방해했다. 교통조사과 부과장이 이것저것 묻자 장교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왜 이리 말이 많아. 상관 말라"면서 "조용히 입 다물라. 떠들면 너 죽고 나 죽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교통조사과 부과장은 쫓겨나다시피 현장을 떠나야 했다. 그는 A씨에게 "(그들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 암살이 확실하다"고 보고했다. A씨는 "당시 김일성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김정일은 이복동생 평일을 지지하는 남일을 눈엣가시로 여겼다"며 "자신의 수족인 호위2국을 동원해 남일을 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일은 소련군 장교로 2차대전에 참전해 전공을 세우고 광복 후 북한에 들어갔다. 6·25 전쟁에서 총참모장(합참의장)으로 인민군을 이끌었으며 정전협정 체결 당시 공산측 대표로 서명했다. 외상, 국가건설위원장, 부총리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76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정일도 한땐 볼 붉은 소년… 사람의 마음 남아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