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공군참모총장인 김상태 예비역 대장이 군사기밀을 미국의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사에 넘기고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는 충격적인 언론 보도에 많은 국민이 분노를 넘어 치욕스러움까지 느끼고 있다.
직업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공무 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복무 중뿐 아니라 전역(轉役) 후에도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 그런데 김 전 총장은 친분관계를 활용해 군과 방위사업청 등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들로부터 우리 공군의 무기 구매 계획 등 군사기밀을 수집, 12차례에 걸쳐 미국 군수업체에 유출한 대가로 25억원이나 되는 돈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으면서도 "해당 내용이 인터넷 등에 공개된 자료이며 군사기밀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 전 총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록히드마틴사는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25억원이나 주었으니 참 바보다.
군의 대장(大將)은 직업군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로 권위의 상징이다. 그래서 대장은 전역 후에도 권위를 유지함으로써 국토와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피와 땀을 흘리는 장병들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예비역 대장에게는 격(格)에 맞지 않는 자리에 기웃거리지 않고 비교적 품위 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장관급)에 해당하는 군인연금 등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의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행위는 군(軍) 경험이 부족해 실수로 한 것도 아니고 생계가 어려워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고위 전직(前職)을 악용해 국가기밀을 팔아넘긴 행위에 대해서는 준엄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법부의 법 집행도 문제다. 사법부는 2004년 이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 40여명을 모두 집행유예 등으로 석방했다. 국민의 법 감정과 다른 이러한 관대한 판결 경향이 군 경험이 없거나 안보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든다. 현행 법규상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한 자가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데도 관대한 판결 때문에 예비역들에 의한 군사기밀 누설이 빈발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현행 형법은 적국(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만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적국이 아닌 외국에 기밀사항을 유출해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군사기밀 누출은 무기 도입, 군수 관련 업무나 군사기밀을 다루던 군 간부들이 전역한 뒤 방산업체 등에 취업하는 이른바 '군·산(軍·産) 커넥션' '전군(前軍)예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를 막으려면 전역 장교들의 방산업체 취업을 더욱더 철저하게 제한하고 관련 법규를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사법기관의 엄중한 법 집행이다. 우선 군 검찰은 예비역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한 군과 방위사업청 등의 실무자를 철저히 발본색원해서 중형(重刑)을 구형, 이들이 더 이상 예비역과 결탁해 군사기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줘야 한다. 그리고 사법부도 이번 김 전 총장 사건을 비롯해 군사기밀을 입수해 누설한 예비역들에 대해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