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아저씨, 아저씨는 둘리가 불쌍하지도 않나요? 고길동 아저씨가 만날 둘리를 괴롭히는데.” (한 아이)

"니가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느낄 때쯤이면, 넌 다 큰 거란다." (김수정 화백)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가 탄생하기 전, 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던 '둘리'가 있었다. 주민등록번호까지 부여받은 '아기공룡 캐릭터' 둘리는 수십년간 어린이를 넘어 성인들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걸핏하면 화를 내는 고길동의 집에 살게 된 둘리. 온갖 천대를 견뎌내는 둘리의 모습에 많은 동심은 "나쁜 고길동 아저씨"를 외쳤다.
 
7일 트위터를 중심으로 '나쁜 고길동 아저씨'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한 아이가 "만날 고길동 아저씨에게 괴롭힘 당하는 둘리가 불쌍하다"며 둘리의 작가 김수정 화백에게 말하자, 김 화백이 "니가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하다 느낄 때쯤이면, 넌 다 큰 거란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출처=닥본사 인터넷 게시판

이런 생각은 이전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유머의 일종으로 떠돌아다녔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둘리의 철없는 행동으로 고길동이 피해를 본 사례를 열거해 놓은 만화가 퍼지기도 했는데 이에 따르면 둘리가 고길동에게 끼친 피해는 만만치 않다.
 
둘리는 처음 고길동의 집에 방문한 날부터 냉장고의 음식을 허락 없이 먹고, "이 양반아"라고 말하며 반말을 하는가 하면, 또치와 도너를 데려와 같이 살겠다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 집을 박살 내기까지 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릴 적 '아이'의 시각으로 둘리를 봤던 많은 네티즌들은 "고길동이 불쌍해졌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가장으로서) 고길동의 어깨가 작아 보이는 순간이 보인다"고 했다. "어른이 되면 정말 현실적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가장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투영된 고길동의 모습에 공감했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