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일 전 서울고검장

그는 1965년 22세에 사법시험 최연소로 합격했다. 46년 후에는 미 워싱턴 DC 변호사 시험에 최고령으로 도전해 합격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서울고검장으로 검찰에서 물러났고, 국민고충처리위원장(현 국민권익위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주광일(68) 전 검사장 얘기다.

그는 지난 2월 워싱턴 DC 변호사 시험에 응시했다. 최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아 8일 워싱턴 항소법원에서 선서한다. 대학생인 늦둥이 아들(25세)의 또래들과 이틀에 걸쳐 시험을 같이 보았다. 워싱턴 변호사 시험은 미국 로스쿨에서 26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고, 주관식이 많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번 합격률도 48%에 불과했다.

주 전 검사장은 3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불혹(不惑·40세)을 넘기면 도전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상 나이 들어도 공부하고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이런 성취는 탄탄한 영어 실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1974년 미 국무부 초청으로 조지타운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공부하면서 영어에 눈을 떴다. 영어 소설책을 끼고 살았고, 1978년 '코리아 게이트'라 불린 박동선 사건 때는 방한한 미 검찰 조사단의 한국 측 통역으로 발탁될 정도였다.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시절에도 세계옴부즈맨협회 등 국제회의에서 통역 없이 외교 활동을 폈다. 검찰 시절에는 후배 검사들에게 늘 '폭탄주 끊고 영어회화 공부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는 공직서 물러나고 환갑도 넘긴 2006년 미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는 등 만학열을 불태웠다. 경희대, 한림국제대학원, 그리고 사이버대인 MD 커크 로스쿨에서 법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세종대 석좌교수다. 그는 검사 시절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해 후배들로부터 '주독(朱毒)'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독사처럼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주 검사'란 뜻이다. 그는 "이제 남은 인생은 '주덕(朱德)'으로 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