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물이 집 천장까지 차서 몸만 빠져나왔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물만 나요"
지난달 말 104년 만에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에 7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중부지방에 피해가 커 경기도에서만 39명(사망 31, 실종 8)의 인명 피해와 1만 1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경기도 동두천시 중앙동 일대 수해 현장을 찾았다. 물난리가 난 지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이곳은 아직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로에는 주택과 상가에서 버린 가재도구가 곳곳에 쌓여 있고 떠내려온 토사와 나뭇가지는 지금도 마을 전체를 덮고 있었다.
주로 미군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 일대 상가는 지난달 27일 오후 물이 순식간에 어른 키만큼 차올라 손쓸 틈도 없이 피해를 봤다.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송인섭(60)씨는 "폭우로 집도, 가게도 엉망이 됐다"며 "당장 잘 곳도 없어 여관에서 지내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김진영(45)씨는 약국에 물이 천장까지 차 값비싼 약들을 못 쓰게 됐다. 김씨는 "절반은 보상해 준다고 하지만 워낙 양이 많고 비싼 약들이 많아 감당할 엄두가 안 난다"며 "목숨이라도 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태로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경안천의 범람으로 6명이 희생된 경기도 광주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27일 오후 1시경 평온하던 송정동 일대는 10분 만에 물이 건물 2층까지 차올랐다. 반지하 주택은 손쓸 사이도 없이 완전히 잠겨버렸다. 물이 빠진 주택에 들어서자 흙과 옷이 뒤엉켜 있고 벽지가 모두 뜯긴 것은 물론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어 폐허를 방불케 했다.
나해주(43)씨는 "반지하 집에 현관문까지 물이 차 유리를 깨고 겨우 탈출했다"며 "알루미늄 철판을 보트 삼아서 겨우 살았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물이 빠지고 집에 오니 건질 수 있는 건 아예 없었다" 며 "고1 딸의 교복과 교과서가 물에 젖어서 어떻게 공부시킬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재민이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인근 대피소를 찾았다. 물난리에 지친 표정이 역력한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고3 아들과 대피소에서 거처 중인 박혜덕(46)씨는 "차는 물에 완전히 잠겨 폐차시켰고, 집은 말할 수도 없이 엉망이다"며 "월세방에서 겨우 살고 있었는데 하늘이 다 원망스럽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 지역의 피해 소식이 전해지자 각지에서 응급복구의 손길이 이어졌다. 지난 2일 동두천에는 전국에서 500명이 넘는 봉사자가 구슬땀을 흘렸고 광주 송정동에는 군인과 민간기업의 지원이 줄을 이었다.
특히, 경기도는 동두천 보산역과 광주 곤지암에 의료, 봉사, 구호물품 지원을 하는 '찾아가는 도민안방'을 마련했다. 도는 현장에서 주민에게 장티푸스, 파상풍 예방접종을 하고 주택 침수를 당한 도민에게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선지급 하는 등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했다.
집이 침수돼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는 김윤지(동두천, 29)씨는 "물난리를 겪으면서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두통도 심했다"며 "집 근처에 도민안방 의료서비스를 받고 약을 먹으니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도민안방 정병윤 팀장은 "수해로 피해를 입은 도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현장을 직접 찾아 복구를 돕고 있다"며 "복구 완료 때까지 남아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문수 경기지사는 2일 오전 동두천시 중앙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찾아가는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수해복구 상황과 향후 수해방지대책 등을 논의했다.
도는 회의에서 이재민 의료지원, 생활쓰레기 수거 처리 등 피해지역에 대한 2차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비 피해로 적지 않은 희생자가 발생한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8월 중순 이전에 동두천이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이뤄지도록 시군과 협조해 노력하고 장기적인 수해대책도 추진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