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휩쓴 대규모 시위의 불길이 가장 예상 밖의 나라에 옮겨붙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 지난달 30일 15만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사회 정의와 경제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주째 계속돼 온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유대계 이스라엘인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그동안 국가 존립의 대의명분 앞에 묵묵히 참아온 이스라엘 국민들이 드디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지의 거리를 메운 15만명의 시위 군중은 비(非)종교적인 시위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시위대는 집값 안정, 양극화 해소 등 주로 경제 이슈와 관련된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가한 예루살렘 시민 아낫 벤시몬은 "국가 안보의 논리 앞에 국민의 행복은 항상 미뤄졌다"며 "그 사이 물가는 계속 올랐고 부(富)는 극소수에 편중됐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높은 집세와 물가 때문에 이스라엘 시민의 평균 연봉으로는 한 달 생활조차 빠듯하다.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아파트 값은 오르는 동안 정부는 외세의 위협을 강조하기만 했다.

이스라엘사회경제연구소의 다니엘 도론 소장은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할 정도로 쌓였다. 이스라엘 경제는 소수의 독과점과 카르텔이 좌지우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큰 시위에 시달린 적이 없는 이스라엘 정부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해외출장을 연기하고, 부동산 대책 마련과 휘발유 값 동결을 지시했다. 재무부는 국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시위를 계기로 10년 넘게 침체에 빠진 이스라엘 진보 진영의 약진을 점치고 있다. 진보 성향 일간지 마리브는 "팔레스타인 점령지 유지비만 절감해도 일반 국민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