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출신인 김모(49) 변호사는 지난 5월 자신이 변호를 맡은 문자메시지 발송 사기 피의자 강모(30)씨로부터 뜻밖의 사실을 전해 들었다. 강씨는 2009년 9월부터 10개월간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 20여만건을 보내 수신자가 메시지에 첨부된 사진을 확인하면 2990원씩 요금이 부과되게 하는 방식으로 6억원 가량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강씨는 김 변호사에게 "내가 아니라 신모(33)씨와 정모(32)씨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털어놓았다. 강씨의 고향 선배로 변호사 비용을 대고 있던 신씨도 며칠 뒤 김 변호사에게 "취업을 시켜주고 매달 200만원씩 주는 대가로 강씨에게 진범 행세를 하도록 했다"고 실토했다. 강씨는 자신이 진범이 아니라는 내용의 항소이유서까지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신씨와 상의한 뒤 강씨가 허위 자백을 유지하는 대가로 1억원을 받도록 주선했고, 강씨도 이를 받아들였다. 강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허위 자백하도록 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신씨가 강씨 어머니에게 5000만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강씨의 서명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은 강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내가 진범'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지만, 검찰이 사건 재수사에 나서 지난달 14일 진범 신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신씨 등으로부터 김 변호사가 범인 바꿔치기에 가담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6억원대 문자메시지 발송 사기 사건의 범인 신씨를 구속기소하는 한편 신씨를 도피시킨 혐의로 김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 공범 정모(32)씨 등 3명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