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이란 수도 테헤란 남부의 호메이니 영묘(靈廟). 약 20㎢부지에 이슬람 양식의 황금빛 돔과 뾰족한 첨탑들이 늘어선 외관은 마치 인도의 타지마할을 연상시켰다. 영묘 안은 이슬람의 성일(聖日)인 금요일을 맞아 찾아온 참배객 수백여명으로 북적였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참배객들은 호메이니의 관이 안치된 유리벽에 입을 맞췄다.

같은 날 테헤란 국립대학 강당에서 이란 정부가 직접 주관하는 정기 금요예배가 있었다. 5000여명의 참석자는 성직자의 인도에 따라 "미국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나가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당 벽에는 "끝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호메이니의 생전 지침이 적혀 있다.

이란 테헤란 국립대학 건물 벽면에 현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왼쪽 끝)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오른쪽 끝)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지난달 22일 이 대학 강당에서 열린 예배에 5000여명이 모여“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나가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호메이니가 이란혁명(1979년)으로 팔레비 왕조를 타도한 이후 이란은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죽은 지 22년이 지났지만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지도자'란 뜻) 루홀라 호메이니는 신정(神政)국가 이란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테헤란의 공항 이름부터 '이맘아야톨라 호메이니 국제공항'이다. 입국장에는 검은 터번을 쓴 호메이니의 초상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승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란에선 관공서, 학교, 유명 관광지 등 어디를 가나 항상 호메이니와 현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이 가장 높은 곳에 걸려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란 외교부 공무원은 "아야톨라는 이란 국민의 자부심이며 신앙의 안내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비 왕조를 몰아낸 1979년 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가 호메이니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호메이니 영묘 앞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던 20대 청년은 "호메이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은 제약을 만들어놓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호메이니 묘를 신전화(化)하는 정부의 작업에 대해서도 "노숙자들만 좋아할 것이다. 저 안에서 누워 있거나 자는 사람들은 다 노숙자"라고 했다.

이란의 지성들이 모인다는 테헤란대학 앞에도 '이슬람 혁명은 계속돼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호메이니와 하메네이의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 사진을 찍자 오토바이를 탄 사복경찰이 다가와 취재허가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허가증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린 경찰은 교문 앞에 모여 있던 4~5명의 학생에게 다가갔다. 경찰이 뭐라고 하자 학생들은 흩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테헤란 시민은 "여러 명이 모여 있으면 항상 어디선가 경찰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테헤란 시내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30)도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 명령과 의무투성이라 피곤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