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한 김종현 소방사

“베란다에 고립된 고양이를 구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구조 활동을 하던 소방사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동물을 구할 때도 소방관이 출동해야 하느냐”를 두고 인터넷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속초소방서는 지난 27일 강원도 속초시 교동의 한 학원건물 베란다에 고립된 고양이를 구조하던 김종현(29) 소방사가 10여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고 밝혔다. 김 소방사는 “건물 3층 베란다에 고립된 고양이를 구조해 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구조 활동을 하던 중 도망다니는 고양이를 쫓아다니다 옥상에 설치한 로프가 옥상 모서리에 닳아 끊어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방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29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람의 생명과 관계없는 동물 구조 활동에 소방사가 나서야 하느냐”는 논쟁이 확산됐다. 평소 각종 동물 구조에 동원된 소방사의 모습을 자주 방영했던 SBS ‘TV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에도 하루 종일 항의의 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게시판에서 “방송에서 소방사가 각종 동물을 구조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이제는 사람들이 동물 때문에 119에 신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라며 “119구조대의 첫 번째 임무는 인명구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고귀한 고양이기에 꽃다운 20대 청년이 목숨을 바쳐가며 구해야하는 것이냐”며 “인명과 관계없는 동물구조 사안에는 소방사들의 출동을 ‘금지’시키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네티즌의 글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았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47) 대표와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40)는 한 목소리로 “동물 구조로 인명이 피해를 입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라며 “사람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동물구조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동물구조전담 119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 구조를 위한 출동은 전체 출동의 14.1%인 3만9639건이었다.

현행 ‘구조대 및 구급대의 편성·운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구조대원은 긴급상황이 아닌 경우 구조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여기서 ‘긴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동물의 단순 처리·포획 및 구조’가 포함돼 있다.

소방방재청 김태성(42) 소방장은 “대국민 서비스의 관점에서 일반 국민의 동물 구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라며 “내부적으로 인명과 관계없는 동물 구조 요청의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