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밸리'로 통하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신사동~강남역 거리에 새로운 풍경이 생기고 있다. 한의원, 흉부외과, 치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다른 전공의들이 '성형외과' 간판을 걸고 '투잡(Two Job)' 선언을 하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이 일대 건물에는 "화장실과 성형외과는 꼭 있다"는 말이 우스개처럼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계 미국인 의사 최모(47)씨는 보름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 강남 M한의원에서 '자흉침'을 배우기 위해서다. '자흉침'은 침으로 가슴을 크게 만든다는 한방(韓方) 성형시술. 약물이나 보형물로 하는 양방(洋方) 성형에 대한 우려가 늘자 발 빠르게 한의학 쪽에서 빈틈을 노리고 내세운 시술이다.
이처럼 성형시장이 활황을 이루자 다른 전공 의사들이 하나 둘 몰려들면서 분야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현재 성형외과 수는 전국 의원 전체 2만6000여개 중 4400여개. 의원 6곳 중 1곳은 성형외과인 셈이다. 사실상 성형시술을 겸업하는 다른 의원들을 합치면 이 수치는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의료업계 관계자 분석이다.
성형외과가 각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성형수술이 대부분 비보험 질환이다 보니 다른 진료에 비해 매출이 높다. 수요도 많고 수익도 높으니 몰려들 수밖에 없다.
사실 성형외과 비전문의면 '○○성형외과'라는 간판을 달 수 없다.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의원'과 '진료과목' 글씨를 아주 작게 쓰거나, 글자색을 배경색과 비슷하게 해 낮에는 잘 보이지 않고, 밤에는 조명을 비추지 않게 하면서 구분을 피해가고 있다.
W치과에서는 턱을 고치는 양악수술을 할 수 있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S의원은 코를 높이는 수술도 한다. 일반외과인 M클리닉은 오히려 가슴 수술 환자가 더 많다. 한의사들도 청룡침(주름 제거), 미소침(안면 윤곽 교정), 비형침(코 교정), 정둔침(엉덩이 교정), 현무침(좌우·상하 대칭 교정) 등 성형시장 선점을 위해 새 시술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 압구정동~신사동~강남역에 이르는 이른바 '성형밸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형외과 과목을 하나씩 달고 있다.
기존 성형외과들도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술을 내보이고 있다. MJ성형외과는 스마트폰 메신저프로그램인 '카카오톡'으로 24시간 상담을 받고, 원진성형외과는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엠디클리닉은 스마트폰으로 가슴 성형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프로포즈성형외과는 연극 '청혼'에 병원 이름을 직접 노출시키는 제품간접광고(PPL)를 시행 중이다.
중국 방문객이 늘자 병원 안에 중국어 통역사를 두고, 공항에 가서 환자를 모셔오는가 하면, 외국인 환자 전용 숙소도 마련한다. 성형외과 관계자는 "사실 외국인 환자 전용 숙소 같은 것은 불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확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국인 성형 손님을 끌기 위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 홈페이지는 기본이다. 중국과 일본을 넘어 러시아와 몽골, 홍콩, 프랑스, 호주까지 한국을 찾는 성형 환자가 다양해지고 있다. 병원 마케팅회사 관계자는 "요즘 국내 기업 직원들이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전통적인 주지육림(酒池肉林) 접대 대신 부인이나 가족 성형수술 패키지를 선물하는 게 유행"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