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의원 4명이 한국 정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내달 1일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모양이다. 이들 중 한 의원은 "한국 사람들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울릉도에 가서 들으려 한다"며 "한국 공항에서 쫓겨나더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정신 나간 사람이다. 그가 정말 그런 생각이 있다면 비싼 비행기삯을 들여 한국에 올 필요가 없다. 도쿄에 있는 수많은 한국 유학생 상사원, 그게 싫다면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일본인을 만나면 된다. 그렇게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울릉도에 가겠다는 속셈은 뻔하다. 자신이 한국이 지배 중인 독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한다는 걸 정치적 쇼로 만들어 일본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제 나라 땅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것까지 쫓아가 막을 순 없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이 우리 땅에 들어와 그런 쇼를 벌이는 건 한국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고, 모든 한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은 지금이 일본 낭인(浪人)들이 일부러 사단(事端)을 만들고 그걸 핑계로 총칼로 이 땅을 짓밟던 일본군국주의 전성시대로 아는 모양이다. 시대착오 정도가 아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범죄적 역사에 대한 죄(罪)의식 자체가 없는 인간들이다.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그들이 한국땅을 밟을 경우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임을 설명하고 방문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신변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정부의 판단을 일본 측에 전하도록 했다.

한·일 두 나라는 한국이 일본의 대지진 피해 복구를 적극 지원하고 일본이 조선왕실의궤를 한국에 돌려주기로 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왔다. 그러나 독도 문제만 나오면 일본 극우파 정치인들이 야비(野卑)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할 일본 정부마저 슬금슬금 끌려가는 모습이 되풀이돼 왔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비행기를 인천-독도 구간에서 시험 운행했다는 걸 이유로 일본 외무성이 직원들에게 한 달간 대한항공기를 이용하지 말라는 상식 밖의 지시를 내린 일까지 벌어졌다.

일본 자민당 총재는 신각수 주일(駐日)대사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자민당 지도부가 한·일관계를 파탄시키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네 의원이 준동하지 않도록 책임지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일본 정부도 은근히 야당 의원을 부채질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이들이 출국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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