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보가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찾았다. 국방장관 출신인 김 의원을 상대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안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지난 몇 달 새 기회 있을 때마다 김 의원을 만나 설득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군 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25기·예비역 대장)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남 전 총장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안보 자문 역할을 하면서 여러 예비역 장성들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군 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해 "현 시스템이 우리 실정에 더 맞는다"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에선 "김장수·남재준, 두 사람 때문에 국방개혁안이 무위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을 맞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안은 천안함·연평도에서 보여준 우리 군의 무능과 비효율을 털어내고 '싸우는 군대'로 바꾸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군의 원로인 두 사람이 왜 군 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하는지 들어봤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26일 본지 인터뷰에서“각군 참모총장에게 전시 작전을 지휘하게 하는 지휘구조 개편안은 검증을 거친 뒤 시행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장수 한나라 의원·前 국방장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장수 의원은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지냈다. 김 의원이 국방장관을 할 때 합참의장을 지낸 인물이 김관진 현 국방장관이다. 김 의원은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각군 참모총장이 전시(戰時) 작전 지휘까지 하도록 한 개편안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에 적용해보고, 나를 포함한 육·해·공군 전문가들이 관찰관으로 참여해 검증한 뒤 문제가 없다면 개편안에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군 지휘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나.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검증하지 않고 추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검증 없이 하는 건 반대다."

―현재 시스템은 작전권(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지휘하는 군에 대한 인사권(군정권)이 없는데 군령(軍令)이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보나.

"합참의장이 지휘하는 작전부대에 대한 제한적인 인사·징계권을 갖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우려하는 건 적의 공격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전시에 동원, 교육, 군수 지원 등 전투 지원 업무를 수행하기에 정신없는 참모총장에게 작전 지휘까지 하도록 하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에선 국방부가 '싸우는 군대' 만들자는데 예비역들이 반대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관진 장관이 나더러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 검증을 통해 문제가 없다면 찬성할 수 있다."

―일단 법을 통과시켜주고 시행 후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번 개혁안은 군제(軍制) 개편에 해당하는, 군 골격을 바꾸는 일이다. 또 전작권 전환 시점(2015년 12월)까지 아직 3년 반이 남았다. 검증하고 시행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김 의원이 생각하는 대안은 뭔가.

"참모총장을 작전 지휘 계선(系線)에 넣는 문제는 재고해봐야 한다. 또 법은 현 정부에서 통과시키더라도 2011년 11월로 돼 있는 개편안 시행 시점을 1년 늦춰 현 정부 임기 중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는 야당의 의구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최경운 기자

남재준 전 육군 참모총장은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방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현 정부의 지휘구조 개편안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남재준 前 육군참모총장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합참 작전본부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군 요직을 두루 거쳤다. 남 전 총장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안보 자문 역할을 하면서 여러 예비역 장성들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남 전 총장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방개혁의 필요성에는 찬성하지만 지금 국방부가 추진하는 지휘구조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왜 반대하는가. 현재 군 지휘구조는 축구로 비유하면 선수 뽑는 감독과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이 따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다.

"비유할 게 따로 있지 군 지휘권을 어떻게 축구 감독에 비유하나. (설령 축구에 비유하더라도) 축구 감독이 2명인 것이 아니라 축구에 감독과 코치가 따로 있고, 각각 할 일이 다 다르지 않은가.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일부에선 예비역들이 '싸우는 군대' 만들자는데 사사건건 반대한다고들 한다.

"예비역들이 군 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한다고 무엇을 얻겠는가? 예비역들의 순수한 열정을 매도하지 말아 달라."

―국방부는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지휘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처음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합동성 문제를 제기하다가 이젠 전작권 대비 차원이라고 얘기한다.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다면 더구나 국방부 개편안의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군정권(인사군수권)과 군령권(작전지휘권)을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안보 위협이 크고 주변 4강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각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 간에 양병(養兵)권(군정권)과 용병(用兵)권(군령권)이 적절히 구분된 현 시스템이 맞다. 우리에겐 용병보다 양병이 중요하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통해 합동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합동성은 시스템(지휘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운용)의 문제다. 참모총장을 작전지휘 계선에 포함시키는 건 불 끄는 소방현장 팀장에게 불도 끄고 환자 후송까지 책임지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용원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