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6시 30분쯤 강원도 삼척시 삼척항. 부두 한쪽의 요트가 출항 준비에 분주했다. 김치·라면·밥·빵· 과일을 요트에 싣고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들은 삼척전자공고 요트 동아리 소속의 김휘도(3년)·박재희(3년)·이정민(3년)·이용복(2년)·이석현(1년)군. 신라 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을 복속시키기 위해 배를 몰았던 과거 뱃길을 따라 울릉도·독도 항로 탐사에 나선 것이다. 구름 낀 하늘에 안개비가 내렸고,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요트를 묶은 로프를 풀고 10m 높이 돛을 폈다. 요트는 바람을 타고 시원하게 항구를 빠져나갔다. 부두의 부모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청소년들이었다.
김휘도군은 소아 우울증을 동반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었다. 먹고 사는 데 힘들었던 부모는 김군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못했고, 아이는 초등 5학년 때 ADHD 판정을 받았다. 성격이 거칠게 변한 김군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폭력을 일삼았다. 그러다 작년 4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국제 청소년 성취포상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요트를 만나 모범생으로 변했다. 김군은 학교 친구 5명을 모아 요트 동아리 '벗쟁이'를 만들었다. 벗쟁이는 '어떤 일이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 휘도·재희·정민이는 1기, 용복·석현이는 2기다.
벗쟁이 2기 이용복군 역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였다. 말을 할 때 혼자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던 이군은 중학교 시절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다 2학년 때 자퇴했다. 1년 늦게 검정고시로 고교에 진학한 이군을 급우들이 "형"이라 부르고 따르면서 학교에 흥미가 생겼다. 1기 이정민군도 아픔이 있다. 중학교 때 억울하게 학교 폭력 가해자로 몰렸다. 진실이 밝혀져 오해가 풀렸지만 이군은 이 일로 반항심이 커졌고 학교 주위만 맴돌았다. 이제는 김군 덕에 요트를 만나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찾았고 학교 생활도 재미있어 한다.
이렇게 모인 벗쟁이는 뭔가 성취감을 갖자는 뜻에서 첫 번째로 요트 조종 면허시험에 도전했지만, 필기시험에서만 10번 이상 떨어졌다. 체계적 교육을 받지 못한 데다 영어로 된 전문용어가 너무 많고 어려웠다. 이들을 지켜보던 동해해경 이윤중 경위가 작년 11월 시험 이틀 전 요트 이론에 대해 특별강의를 해준 덕에 5명이 한꺼번에 합격했다. 김군은 실기시험에도 합격해 요트 조종사가 됐다. 나머지 학생들은 올해 말 실기시험을 준비 중이다.
벗쟁이는 시험 합격을 기념해 새로운 도전을 찾았고 올해 초 이사부 뱃길 탐사를 선택했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엔 삼척항 요트장으로 나가 로프 매듭짓기부터 기본 항해술까지 세일링의 모든 것을 배웠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해양관광레저스포츠센터가 이들을 도와줬다. 삼척시는 이들에게 요트 면허시험용 5t급 요트를 빌려줬다.
탐사단은 26일 오전 4시쯤 울릉도에 도착했다. 27일엔 독도 둘레를 항해한 뒤 28일 삼척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 항해에는 강원대 해양관광레저스포츠센터 강사 박찬우(32)씨와 삼척전자공고 출신인 강원요트협회 회원 박정식(32)씨가 동승했다. 박정식씨는 "후배들이 큰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필리핀에서 요트 일을 하다 달려왔다"며 "이번 항해를 마치고 돌아올 때쯤이면 후배들 가슴에 새로운 큰 꿈이 하나씩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