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넘어야 전설이 된다. 2011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박태환(22·단국대)이 자유형 200m 정상을 노린다. 박태환은 25일 200m 준결선 1조 경기에서 1분46초23으로 들어와 프랑스의 야니크 아넬(1분45초62)에 이어 조 2위를 했다. 1·2조 전체 16명 중에선 4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6)는 전체 5위(1분46초91). 결선은 26일 오후 7시 2분(한국 시각) 열린다.
◆너무 높았던 펠프스의 벽
팬들의 관심은 역시 박태환과 마이클 펠프스의 싸움이다. 둘은 2007 멜버른 세계선수권부터 본격적으로 대결했다. 당시 펠프스는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박태환은 2.87초 뒤진 동메달이었다.
펠프스는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세계기록을 바꾸며 금메달을 걸었다. 스타트 직후 12m 잠영(潛泳)을 마치고 떠오르는 순간 승리를 예감했을 정도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매 50m 턴을 하고 난 다음에도 수면 아래로 1m까지 깊숙하게 내려갔다가 돌핀킥(dolphin kick)을 앞세워 초속 3m라는 무서운 스피드로 달아났다.
당시 박태환도 한 단계 발전한 기량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지만 은메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펠프스는 자서전을 통해 "1위인 나와 2위 박태환의 기록 차이(1.89초)는 올림픽 200m 사상 가장 컸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내 팬들은 펠프스가 올림픽 사상 최다관왕(금 8개)에 오르자 그의 이름에 물고기라는 뜻의 영어 피시(fish)를 붙여 '펠피시'라는 별명을 만들기도 했다.
◆아픔 겪고 의욕 되찾아
두 스타는 올림픽 이후 시련을 겪었다. 펠프스는 2008년 11월 미국의 한 파티에서 마리화나를 피운 사실이 영국 일요신문에 공개되는 바람에 올림픽 영웅의 이미지를 구겼다.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도 당했다. 펠프스는 2009 로마 세계선수권 땐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독일의 파울 비더만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그가 5관왕에 올랐다는 사실보다 '무적 신화'가 깨졌다는 것이 더 화제였다. 펠프스는 수영에 대한 열정을 잃은 듯했다. 골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수영훈련은 마지 못해 했다. 그는 올해 2월 호주의 수영 영웅 이언 소프(29)가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쟁심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펠프스가 아직 이겨보지 못한 유일한 선수가 소프이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노메달이라는 충격을 맛봤다가 작년부터 호주의 마이클 볼 코치를 만나면서 다시 수영을 즐기기 시작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이번 상하이 세계선수권 400m에선 화끈한 역전 우승을 일궜다.
◆황제와 영웅의 충돌
박태환은 지난달 미국 산타클라라 그랑프리 자유형 100m에서 48초92로 1위를 했다. 펠프스는 49초61로 2위였다. 그런데 펠프스는 24일 상하이 세계선수권 계영 400m의 첫 영자로 나와 48초08을 기록했다. 한 달여 만에 기록을 1.5초 이상 단축할 만큼 컨디션도 상승세다.
박태환은 자유형 1500m를 포기하고 400m와 200m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스프린터로 변신하고 있다. 키와 팔 등 신체 사이즈는 서구 선수들보다 작다. 하지만 경주용 보트 같은 몸의 균형과 비례, 부드러운 영법으로 리듬감 있게 헤엄친다. 수영에 필요한 근육을 섬세하게 발달시켜 파워도 붙었다. 박태환은 24일 400m 결선에선 50m당 31회의 스트로크(팔을 한 번 휘젓는 동작)로 초반 레이스를 이끌다가 스퍼트 땐 34~36회로 늘렸다. 2007 세계선수권 400m의 마지막 스퍼트(38회)와 비교하면 요즘의 스트로크가 더 힘 있고 효율적이다. '스피드 보트 박태환'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