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정아 기자]훤칠한 키에 듬직한 체격, 날카로운 콧등에서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 나오는 신인 성훈이 어느새 시청자들의 가슴에 성큼 다가왔다. ‘다모’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성훈은 SBS 드라마 ‘신기생뎐’이 첫 작품인, 그야말로 진짜 ‘신인’이다.

처음 그가 ‘신기생뎐’의 부잣집 도련님 다모로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면서도 세련되고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풋풋한 향기가 나는 성훈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 지금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우뚝 섰다. 팬들의 눈길도 어느새 그를 향하고 있었다.

성훈의 첫 인상은 무척 밝고 건강한 청년이라는 느낌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좀 쉬었냐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라마가 끝났어도 아직은 좀 바쁜 것 같다. 그래도 드라마를 한창 촬영하고 있을 때보다 충분히 운동할 시간은 있다. 나는 마지막 회를 집에서 혼자 봤는데 드라마가 끝나면서 마지막에 스틸 사진이 흐르니까 그제야 좀 실감이 나더라. 그런데 그동안 1년 정도 습관처럼 대본을 외우면서 잠들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대본을 외우면서 자고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성훈에게 ‘신기생뎐’은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나한테는 정말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방송 경험도 새롭고 카메라라던가 조명도 신기했다. 또 메이크업을 받고 의상을 갖춰 입는 등 모든 것이 다 처음 겪는 경험이었고 즐거웠다.”

첫 방송을 보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까칠한 다모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당시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성훈이라는 이름을 검색해도 그의 프로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정말 방송 경력이 전혀 없던 신인이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가 됐다.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도 활동 정보가 너무 없고 그랬다. 그래서 실제로 내 나이를 모르는 분도 계셨는데 덕분에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소리도 듣고 그랬다. 그 전에는 동안이라는 소리는 못 들어본 편이었다.”

극중 성훈은 출중한 몸매와 함께 수영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여심을 흔들만 했다. 알고 보니 성훈은 수영 선수 출신이었다. 2002년 접영 50M 대회에 나갔는데 25.7초 정도의 기록이 나왔다. 당시 대회 신기록이었다.

“16년 정도를 선수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수영 선수 생활을 했다."

곱게만 자랐을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그의 경험이 앞으로 그가 배우 인생을 걸으면서 돈 주고도 못 살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초등학교 6학년께 첫 수술을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전신마치 수술을 6번 정도 했다. 사고도 있었고 병도 생기고 그랬다. 선수에게 수술은 정말 금기시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수술을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많이 하니 몸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고 결국 원치 않게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26살 무렵 수영을 그만두고는 시련의 계절이 시작됐다. 상상도 못할 상실감이 밀려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동안 나를 지탱해줬던 것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 밀려왔다. 그냥 먹고 살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 정신적으로 바닥에 있었던 것 같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까지 내려갔다. 그때의 기분이라...한이 좀 많은 것 같은데 연기할 때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고생이 연기자로서는 표현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다.”

그렇게 터널 같은 시간을 견뎌온 성훈은 이렇게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렇게 다시 자신의 길에 선 그가 더없이 반갑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살고 싶고 살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길을 찾았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동경해 왔다. 그러다가 지금의 대표님을 만나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극중 다모는 사란(임수향), 라라(한혜린) 등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다. 학창시절에도 인기가 꽤 많았을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편은 아니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운동하느라 거의 운동에만 집중하고 산 것 같다. 인기가 많았던 것은 잘 모르겠다. 내 생일이 2월 14일인데 생일을 특별하게 챙겨본 적도 없다. 아무래도 그때는 동계 훈련에 한창일 때이기 때문에 생일날도 하루 종일 운동만 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팬들이 선물, 음식을 챙겨주시는 모습이 정말 감동이었다.”

성훈은 극 초반 연기가 어색하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회가 진행 될수록 긍정적인 시선을 모을 수 있었다.

“처음에 연기를 할 때 감독님이 내게 ‘다모를 표현하기 위해 무엇을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지셨다. 그래서 집안, 성격, 환경 등을 골고루 생각한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지금까지 다모 캐릭터를 연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너만이 다모를 연기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평생 다모는 네가 연기한 다모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너만의 연기를 해라. 네가 표현하는 그대로가 다모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무척 마음이 편해졌다. 그 다음부터 조금 자연스러워 진 것 같다.”

무엇이 성훈을 50부작이 넘는 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되게 했을까. 그것도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으로써 말이다.

“외형적으로 다모랑 가장 많이 닮았던 것 같다. 오디션 때도 내세울게 없으니까 오히려 더 당당하게 임했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이 항상 당당한 다모의 모습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극중 다모는 초반에는 세상에 두려울 것도, 세상에 자신이 원해서 가지지 못할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당당하고 나쁜 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캐릭터였다. 그러다가 극 후반으로 갈수록 사란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하고 다정하고 애교 넘치는 남자로 변신했다. 실제로는 어느 쪽에 가까운지 물었다.

“어렸을 때는 까칠한 다모랑 많이 닮았던 것 같고 지금 성격은 후반 다모를 많이 닮은 것 다. 그렇다고 다모처럼 굉장히 애교가 많은 것은 아니다.”

성훈의 이상형은 무엇일까.

“지금은 이상형은 따로 정해지지 않은 편인데 예전에는 귀엽고 키 작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굳이 극중에서 이상형을 따지라면 라라와 가깝다. 아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사란이 속상해 하려나. 그냥 사란이 이상형이라고 하자.(웃음) 또 배우 중에서는 김민정씨를 좋아하고 송지효씨의 눈물 연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연기를 보고 송지효씨도 굉장히 좋아하게 됐다.”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던 성훈은 어렵게 성격인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어디가도 기죽지 않는 점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외형적으로는...짝짝이 쌍꺼풀? 이게 처음에는 약간 콤플렉스였는데 이 눈이 매력인 것 같다. 하하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성훈의 좌우명은 무엇인지 물었다. 힘든 시간을 겪어온 그인 만큼 그를 지탱해준 좌우명에 궁금증이 일었다.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후회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예전에 내가 그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만약에 내가 부상을 입지 않아 그 대회를 나갈 수 있었다면 하는 식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하는 거 자체가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계속 과거만 생각하게 되고 아무런 발전이 없다. 내가 실수하고 잘못했던 일은 반성을 하고 고치도록 노력하되 후회는 하지 않은 것이 더 발전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 작품을 마친 성훈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완해 다음 작품에 나설 계획이다. 제 2의 인생을 걷는 그는 다음 작품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길게 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여유 있게 마음먹으려고 한다.

그런 그의 꿈은 연기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배우가 인정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색을 입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무채색의 배우, 때로는 순수한 청년처럼 때로는 기대고 싶은 듬직한 남자처럼 곁에서 위로는 해줄 것 같은 배우 성훈, 이제는 다모라는 이름 대신 성훈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두 날개로 하늘을 훨훨 날아오를 성훈의 내일에 더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아본다.

“늦은 데뷔라고 볼 수 있지만 나는 이렇게 서른이 다 돼서 시작을 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아마 철이 없을 때 똑같은 경험을 했다면 내가 최고인 줄 알았을 거고 오래가지 못했을 것 같다. 이렇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이 일을 시작해서 작은 일에도 고마워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소중한 일을 시작하게 된 게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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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