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8월 국회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면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합리적인 분인 만큼 끝까지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국민 65%가 찬성하는 FTA를 일부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건 국회가 아니다"라고 했다. 홍 대표는 "한·미 FTA에 대한 반대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이념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자처(自處)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미국과 관계된 것이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나선다. 미국 땅에서 미국 소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이 내려지자 서울 도심에서 넉 달간 촛불시위가 이어졌다. 올 3월 캐나다에서 18번째 광우병 소가 생겼는데도 한·캐나다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한·EU FTA는 적당히 넘어가면서 한·미 FTA라면 벌렁 넘어지는 것이나 같은 맥락이다.

좌파 정당들은 야권(野圈) 통합 협상에서 통합의 선결조건으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과거 한·미 FTA를 지지했던 것에 대한 반성문을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 대표는 처음 "신앙고백 하듯이 사과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거부하다가 결국 지난 5일 "아직도 원망의 대상이 되는 정책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백기(白旗)를 들었다. 공산 혁명기의 '자아비판(自我批判)'의 모습을 다시 구경하는 듯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4일 자신의 민생현장 프로그램 첫 방문지로 좌파진영의 성지(聖地)로 떠오른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 농성현장을 선택했다. 손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야권 통합후보로 나서는 길을 닦기 위해 야권 몸통으로서의 정체성(正體性)도 내던지고 야권 꼬리인 좌파 이념정당의 구령에 맞춰 춤추고 있는 모습이다.

홍 대표가 끝내 한·미 FTA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기대에 따라 손 대표를 설득하는 데 성공해, 8월 국회에서 FTA를 처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늘의 사설]

[사설] 非正常 일본, "독도 비행 대한항공 타지 말라"
[사설] 아버지가 굴린 福祉 바퀴에 아들 치인 그리스 悲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