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업적은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조국에 금메달을 안긴 일이다.

당시 그녀의 나이 불과 16살의 소녀였다. 대원외고에 재학 중이던 16살짜리 고등학생이 대형 국제무대에서 떨지도 않고 덜컥 우승한 걸 보면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건 분명했다.

9살 때 취미로 골프채를 잡은 뒤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잠재력이 16살 국가대표로 만개한 케이스다.

워낙 실력이 출중했던 탓에 고교시절부터 각광을 받았고 프로로 전향해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트코스만 질주할 것 같던 그녀 앞에는 거대한 벽 하나가 놓여있었다.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서희경이라는 선배골퍼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신지애미국으로 떠나고 국내지존의 자리를 꿰찬 서희경, 그 그늘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던 유소연의 그림이 제법 긴 시간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유소연은 서희경 때문에 한때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지내야 했다.

마치 그 울분을 토하기라도 하듯 유소연은 서희경과의 일대일 맞대결 구도라면 절대 질 수 없다며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곤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국내프로대회에서 주로 서희경에게 지던 유소연이었지만 이상하게 큰 대회의 연장승부에서는 서희경을 따돌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0년 12월 미리 치러진 2011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인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 서희경과 연장접전을 벌여 승리를 거둔 순간이다.

이게 불과 몇 개월 뒤 꿈의 'US여자오픈 챔피언십'에서 재현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비회원 자격으로 임한 유소연과 지난 201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클래식' 우승 이후 절치부심하던 서희경이 세계최고 권위의 대회를 놓고 또 진검승부를 벌였고 유소연은 연장접전 끝에 서희경의 품 안으로 거의 들어갔던 우승트로피를 뺏어내는데 성공했다.

유소연의 기막힌 대역전극이 가능한 원동력은 뭐니뭐니 해도 컴퓨터의 정확성을 방불케 한다는 아이언샷에 있다.

유소연은 청야니나 미셸 위(한국명:위성미)에 필적할 만한 장타자는 아니지만 그에 크게 뒤지지 않는 드라이브샷 비거리와 무엇보다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전문가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홀 근처에 그림 같이 떨어지는 아이언샷은 역전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유소연은 올 시즌 침체된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새로운 희망임에 틀림없다. 모두가 청야니 광풍에 쓸려나갔지만 뉴페이스 유소연은 다르다.

1990년 6월생인 그녀는 이제 만 21살이다. 어린 나이에 꿈의 메이저대회를 거머쥐었다. 큰 경기에 강하고 운명이 갈리는 경기후반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승부사적 기질도 타고난 듯 보인다.

"연장전?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즐길 따름이었다"고 US여자오픈 우승소감을 덤덤히 밝히던 그녀다.

배포가 크고 세계가 어울리는 큰 그릇이다. 토종 '골프퀸' 유소연이 청야니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