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방, 대장(항문), 척추·관절, 중풍, 요양…. 서울 강서구에 최근 문을 연 병원 진료 분야다. 강서구에는 58만명이 살고 있어 인구 규모로 송파구(69만명)·노원구(61만명)에 이어 서울시에서 세 번째로 크다.
하지만 강서구에는 그동안 종합병원다운 종합병원이 없었다. 노원에 4곳, 송파가 2곳, 강남이 6곳인 반면, 강서는 미즈메디병원이 거의 유일했다. 그나마 이곳은 여성(산부인과) 전문이라 진정한 종합병원이라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분야별로 특화한 전문병원이 틈새 공략에 나섰다. 종합병원은 관련 진료 과목을 '싹쓸이'해 전문 병원이 성장할 여지를 남기지 않지만, 이들 전문 병원에는 종합병원이 없는 게 기회가 됐다.
의료법은 병상 수를 기준으로 30병상 미만은 의원, 30병상 이상은 병원, 100병상 이상은 종합병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강서구에는 2006년 노인요양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요양병원을 비롯해, 2007년 척추·관절 서울스타병원, 2008년 중풍재활전문 큰나무병원, 2009년 척추·관절 강서나누리병원, 2010년 척추·관절 강서힘찬병원 등이 줄줄이 문을 열었다. 기존 강서송도(대장·항문)·강서솔(스포츠재활)·더와이즈황(여성·산부인과) 등과 합세, 탄탄한 전문병원 '메카'를 구축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이전에는 여성전문 병원(유광사여성병원·더와이즈황병원·미즈메디)이 강세였지만 이제는 관절·척추를 다루는 병원으로 중심 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웰튼병원, 2007년 우리들병원, 2009년 나누리, 2010년 힘찬병원 등 대규모 척추·관절 전문병원이 강서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5년간 문을 연 병원 13곳 중 5곳이 척추·관절 병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를 두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김포공항이 가까워 지방 환자들이 가기 편하고 강서구에는 임대아파트나 다가구 주택에 있는 서민 노인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월 강서구 등촌동에서 공식 개원식을 가지며 출범한 부민서울병원도 원래 부산 북구 덕천1동에 본거지를 둔 지방 병원으로 척추·관절·내과가 중심이던 종합병원이다. 이번에 서울 진출을 선언하면서 첫 근거지로 강서구를 골랐다. 전공인 척추·관절이 집적지처럼 몰린 곳이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좋다고 판단했고, 사실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이라 부전공인 '종합병원'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척추·관절 이외에 강서구에 불고 있는 의료 열풍은 한방(韓方)이다. 가양2동에 '동의보감(東醫寶鑑)' 저자로 한국 한의학 대부인 허준을 기념하는 '허준박물관'이 있는데다, 강서구가 오래전부터 한방 진료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2005년 98개이던 한방의원은 2010년 134개로 37% 늘었다.
다양한 전문병원이 각축을 벌이다 보니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임산부용 스마트폰 앱을 개발(더와이즈황병원)하고, 양방과 한방을 협진하는 곳(우리요양·큰나무병원)도 생겼다. 강서힘찬병원은 수술 끝난 환자를 관리하고 재활이 잘 이뤄지는지 직접 방문해서 간호하는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