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1990년대 후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상륙으로 시작된 한류가 K-pop의 유럽 진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루는 세계 문화의 심장부 뉴욕에서, 또 하루는 유럽의 자존심 파리와 런던 시내 중심부에서 K-pop 공연을 유치하자는 젊은이들의 아우성이 꼬리를 잇고 있다. 말 그대로 'K매직'이다.

최근 한 학술회의에 참가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세계 어떤 중간 국가도 한국처럼 자기 체급 이상의 펀치를 날리는 문화를 가진 경우는 없다. 이런 한류는 학문적으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한류 자체가 훌륭한 연구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막연히 한류의 현상에 환호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한류의 본질, 역사를 연구하고 나아가 체계적인 확산 전략, 반(反)한류 혐(嫌)한류 대책 등을 차분히 준비할 때라고 본다.

지난해 영국의 한 제조업 회사가 5∼16세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때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물었다. 1위 아이폰, 2위 아이팟터치, 3위 아이패드 등 애플사 제품이 1, 2, 3위를 휩쓸었다. 애플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지만, 혁신적인 기업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애플은 아무리 경영 환경이 나빠져도 연구·개발(R&D)비를 줄이지 않는다. 2009년도 불황이 극에 달했을 때 연구·개발비를 140억달러로 20% 증액했고, 직원도 7%(2300명) 늘렸다.

'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의 아이돌 산실로 유명한 SM엔터테인먼트는 연간 20억∼4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수십억은 고사하고 수억의 연구개발비도 감당할 처지가 못 된다.

업계가 연구개발비 투자에 한계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마침 정부에서도 국내외 대학·연구소의 한류 관련 학술과 연구개발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한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 그리고 한류를 주도할 콘텐츠는 무엇일지 차분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한류'를 만들 수 있다.

이제 '한류'에 대한 환호를 드라마와 가요를 넘어 음식과 패션을 포함하는 한(韓)스타일, 또 나아가 우리 역사와 철학에 대한 이해로 확대시켜야 한다. 그래야 진정 세계 속의 한국, '더 이상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