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검찰청은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 경기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6개 구단 소속 선수 46명을 기소했다. 이로써 승부 조작으로 적발된 프로축구 선수는 지난 6월 기소된 선수들을 포함해 9개 구단의 53명으로 늘었다. 이는 올 시즌 국내 등록선수(외국인 제외) 621명의 8.5%에 해당하는 숫자다.

프로스포츠라면 최상급의 선수들이 평소 훈련을 토대로 전력을 다해 싸우고 경기가 끝나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도 축구를 직업으로 선택한 프로들이 한 치 양보 없이 승부를 펼치는 모습과 함께 환호하는 승자(勝者)와 다음번 설욕을 다짐하는 패자(敗者)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프로축구는 조직폭력배와 전주(錢主)들이 거액의 배당금을 노리고 승부 조작을 기획했고, 전·현직 선수들이 브로커로 나서 학교나 팀의 선·후배를 끌어들여 승패 조작을 행동에 옮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수들이 감독의 지휘에 따라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기보다는 조폭과 전주들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그렇게 조작된 승패이기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여지조차 없었던 셈이다.

선수 10명 중 1명꼴로 가담하고 16개 구단 중 9개 구단이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면 한국의 프로축구를 더 이상 프로스포츠라고 할 수 없다. 관중을 속이고 배신하는 사기 행위일 뿐이다. 이제는 우연한 헛발질마저 승부 조작으로 오해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어느 구단은 기소된 선수가 너무 많아 '베스트 11'을 구성하지 못하고, 골키퍼가 적발된 어떤 구단은 공격수에게 골문을 맡기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프로축구연맹은 당장 모든 경기를 중단하고 프로축구의 신뢰를 되찾을 때까지 냉각(冷却)기간을 갖는 게 옳다. 유럽에선 승부 조작 선수들이 속한 구단을 2부 리그로 강등시킨다. 우리도 남은 경기에 몰수 패를 선언하거나 출전을 금지하는 식으로 구단을 제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승부 조작의 온상은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다. 단속 인력이 부족한 경찰에 불법 도박 사이트 단속을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불법 도박 단속 권한을 주는 법 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인터넷 포털 운영회사에도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묻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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