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김정일이 특별 지시해 만들었다는 북한 드라마 ‘계월향(桂月香)’캡처화면.

김정일이 특별 지시해 만들었다는 북한 드라마 '계월향(桂月香)'. 한국 드라마를 따라잡겠다는 야심작이었으나 북한 주민들의 눈높이조차 맞추지 못해 조기 종영을 했다는 이 드라마의 일부가 지난달 말 중국판 유튜브 '유쿠(youku.com)'에 공개됐다.

북한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만든 드라마 계월향엔, ‘남쪽의 논개는 유명한 데 평양 명기(名妓) 계월향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김정일의 의중까지 실리며 북한 명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특별 지시’ 때문인지 이번에 공개된 화면에선 대규모 엑스트라가 동원된 성(城) 축조 장면, 화재·전투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또 고증을 거친 듯한 조선시대 의상을 잘 차려입은 모습이 나온다. 중국 매체에서는 이 드라마를 ‘북한판 대장금’이라고까지 불렀다.

하지만 공개된 드라마는 그다지 흥미를 끌 지 못할 것 같다. 우선 이 드라마는 화면이 시종일관 어두워 시청자를 우울하게 한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배경 색감까지 배려해 화면을 구성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배우들의 연기도 마치 잘 꾸며진 ‘정치 선전전’ 같다. 얼굴이 둥글둥글한 동양적 미녀 배우가 계월향 역을 맡았는데, “장군~”하고 계월향이 부르면, 김응서(金應瑞) 장군역 남자 배우가 “월향~”이라고 어색한 대답을 한다. 드라마 계월향의 연출은 한정수가 맡았고, 드라마 시작 혹은 끝 화면으로 내보낼 용도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화면엔 오른편에 ‘계월향’이란 북한 특유의 붉은 글씨가 위에서 아래로 길게 쓰여 있다.

북·중(北中) 국경을 통해 한류(韓流)가 속속 침투,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한국 드라마·가요가 널리 퍼진 마당에 북한의 이 같은 정치적 색채 짙은 드라마는 외면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도 이 드라마를 보며 “싹 걷어치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월향은 조선 중기의 기생으로, 평안도 병마절도사 김응서(金應瑞) 장군의 애첩이었다. 임진왜란이 터지며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부장에게 몸을 더럽히자, 적장을 속여 김 장군으로 하여금 적장의 목을 베게 한 뒤 자신은 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