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프레젠테이션(PT)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란 슬로건 아래 명분과 실리, 꿈과 감동을 아우르는 내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로부터 "탁월하다(excellent)"는 찬사를 받았다. 올림픽 전문 사이트 '어라운더링스'는 PT에 대해 평창 9점, 뮌헨 7점, 안시 5점으로 평가했다. AFP 등 외신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지지 호소와 2010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김연아의 인상적이고 매끄러운 연설, 입양아 출신인 미국 스키 스타 토비 도슨의 스토리까지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한 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 같았다'고 평했다.

이 같은 평창 프레젠테이션을 지휘한 마에스트로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었다.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헬리오스파트너스의 사장 테렌스 번스(53·사진). 큰 키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번스는 앞서 두 차례 평창을 눈물 흘리게 한 '적장'이었다.

올림픽 전문 컨설턴트인 그는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하지만 두 차례나 번스에게 물을 먹은 평창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이 2009년 취임하면서 곧바로 '번스 영입 작전'에 나섰다. "우리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법은 바로 과거의 가장 강력한 적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란 조양호 위원장의 역발상 용병술이었다.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인 번스 사장도 마침 평창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였다.

유치위 관계자는 "헬리오파트너스사와 번스 사장이 알고 있는 평창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보니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할 정도였다"고 했다.

번스는 프레젠테이션 전략을 짜면서 "평창 홍보 전략은 감성에 호소하면서도, 명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프레젠테이션 준비과정에서 번스 사장은 '안하무인'의 냉혹한 지휘자였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프레젠테이션 연사들의 연설 내용과 손짓, 몸짓 하나하나까지 까다롭게 주문했다.

평창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자 무표정하기만 하던 번스 사장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퍼졌다. 그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