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반가운 비야."

김성근 SK 감독은 7일 인천 문학구장에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자 반가워했다. 평소 "우천 취소 경기가 잦으면 부담스럽다"던 김 감독이다. 시즌 후반에 밀린 잔여 경기를 많이 치르게 되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랬던 김 감독이 이젠 일기예보에서 비구름을 찾고 있다.

SK의 상황은 그만큼 심각하다. 지난달 21일 광주 KIA전 승리 이후로 2주 넘게 승수를 쌓지 못하고 7연패에 빠졌다. 삼성, KIA에 추월을 당해 3위로 내려앉았다. 김 감독의 SK가 7번을 내리 진 것은 2009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7일 삼성전이 우천취소된 뒤 문학구장의 홈팀 감독실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 감독은 "4년 반 동안 (선수들이) 참 열심히 달려왔다"며 "지칠 때가 되긴 했다"고 말했다.

SK의 전력은 시즌 개막부터 정상이 아니다. 선발진이 불안했고 타선은 예전보다 응집력이 떨어졌다. 그나마 시즌 초반엔 구원투수들이 힘을 내 승리를 따냈다. SK의 구원승(19승)은 팀 전체 승수(38승)의 절반을 차지한다. '정우람-전병두-이승호(등번호 20번)-고효준'으로 이어지는 좌완 구원투수들이 SK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최근 믿었던 구원투수진마저 무너졌다. '불펜 에이스'로 불리던 정우람은 지난달 30일 한화전에서 가르시아에게 3점 홈런을 맞더니, 5일 삼성전에선 5―2로 앞선 8회 등판해 동점을 허용했다. 시즌 초 잦은 등판으로 지친 모습이었다. 이승호, 전병두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타자들이 점수를 내도 구원투수들이 점수를 까먹고 있다. SK 구원투수들의 7월 평균자책점은 7.20에 달한다. 7연패를 당하는 동안, 역전패가 세 번이었다.

김성근 감독으로선 마운드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우완 에이스 송은범이 팔꿈치 통증 탓에 일시적인 불펜 투수로 전업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좌완 에이스였던 김광현의 1군 복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김광현은 "2군 투수"라는 김 감독의 질책 속에 지난달 23일 1군에서 빠진 채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전력의 절반'이라던 포수 박경완은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100% 회복이 안 돼 2군에서 재활하고 있다. 현재로선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SK는 2009년 7연패를 당하고도 시즌 막판 19연승을 이뤄냈던 저력의 팀이다. 최근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길 사양한다고 밝힌 김 감독은 "다른 감독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