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말로가 일본한국을 거쳐 중국을 덮친 지난해 9월 7일 오후 7시.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SINOPEC)이 운영하는 보하이(渤海)만 성리(勝利) 해상유전의 3호 플랫폼이 태풍에 밀려 45도 각도로 기울었다. 작업 중이던 직원 2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시노펙은 이 사고에 대해 "기름 유출은 없었다"고만 언급했을 뿐 원인과 피해 상황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사고 조사 보고서가 나왔지만 중국 전문가들조차 열람할 수 없을 정도로 극비에 부쳐졌다고 한다.

사고 은폐가 더 큰 사고 부를 수도

중국이 경제 개발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해상 유전 개발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펑라이(蓬萊) 19-3 유전 기름 유출 사고를 포함해 2009년 이후 보하이만에서 발생한 사고만 4건이나 된다. 그러나 중국 당국과 국영 석유업체들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해 중국 국내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내에서는 "계속된 사고 은폐가 안전의식을 마비시켜 더 큰 사고를 부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웃해 있는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4대 해상유전 지대 중 보하이만과 황해 등 2곳이 바로 인접해 있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지난해 멕시코만 해상 유전 기름 유출 사건에서 보듯 해상 유전은 사고가 나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웃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사고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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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상 유전 사고를 쉬쉬하는 데 대해 중국 내에서는 자원제일주의를 주 요인으로 꼽는다.

북쪽의 보하이만에서 시작해서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로 내려오는 중국의 근해 해저에는 246억t의 석유와 16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한 해 석유 소비량이 3억t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80년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이미 육상 유전이 거의 고갈 상태인 중국으로서는 해상 유전에 경제적 명운이 걸려 있는 셈이다.

中 당국과 美유전개발사 진실공방

중국은 지난 1982년부터 해상 유전 개발을 본격화했고, 2000년대 이후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1999년 1616만t이었던 해상 유전 산유량은 11년 뒤인 지난해 그 3배인 5000만t을 넘어섰다. 중국 전체 석유생산량의 27%나 된다.

중국해양석유(CNOOC)는 올해 초 "5년간 2500억~3000억위안(약 385억~460억달러)을 투자해 2015년 해상 유전 석유 생산량을 1억t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해상 유전이 이처럼 중시되면서 사소한 사고는 묻히는 게 관례가 됐다. 사고가 자주 공개돼 해상 유전 개발 반대 여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중국의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국영 석유회사들은 이번에도 뉴스를 차단해 사태 확산을 막으면 해상유전 개발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의 피해 규모와 공개 여부 등을 둘러싸고 중국 당국과 유전개발사인 미국 코노코필립스 간에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