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올 들어 유럽시장에 이어 남미시장에서도 일본 자동차업체들을 제쳤다. 이미 아시아 시장인 중국, 인도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일본 자동차업체를 제친 상태다. 이젠 오로지 한 곳, 북미 시장만 남은 셈이다. 그것도 간발의 차이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단 0.1%포인트 차이가 날뿐이다. 이 추세라면 현대·기아차가 아시아 자동차 메이커 중 글로벌 시장에서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남미 시장에서도 1위
3일 미국의 자동차 전문조사기관인 워즈오토(Ward's Auto)가 집계한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우루과이·베네수엘라 등 남미 주요 5개국 판매량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5월 7만5792대를 판매, 도요타(6만7614대)·혼다(5만4934대)·닛산(4만5180대) 등 일본 업체를 누르고 아시아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5월(1만3641대)에 비해 판매량이 24.5% 늘어난 반면 도요타와 혼다는 일본 지진 등의 여파로 각각 3.8%와 6.3% 감소했다.
남미시장의 대표는 브라질이다. 현대·기아차는 이곳에서만 지난 5월 한 달간 1만448대를 판매, 도요타와 혼다를 제쳤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칠레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5327대를 판매, 닛산(2850대)·도요타(1704대)·혼다(204대) 등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모델 중 i30는 브라질시장에서 베스트 셀링 카다. 스포츠 유틸리티비이클(SUV)인 ix35(국내명 투싼ix)와 엑센트도 남미시장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기아차는 포르테, 프라이드, 스포티지 R과 신형 모닝 등 신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브라질 공장이 내년에 완공되면 남미시장에서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국·인도·캐나다 시장 평정
현대·기아차는 올1~5월 유럽 시장에서 28만3506대(시장 점유율 4.7%)를 판매해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를 제치고 아시아 및 미국 브랜드를 통틀어 해외브랜드 1위에 올랐다.
또 캐나다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동안 8만1304대(시장점유율 12.6%)를 판매,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아시아 및 해외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의 파죽지세는 아시아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일본 도요타·닛산·혼다 등을 제치고 아시아 브랜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시장에서는 15만7000대(시장점유율 17.7%)를 판매, 해외 브랜드 1위를 차지했고 인도 브랜드를 포함해 2위였다.
미국시장에서는 올 1~5월 도요타와 혼다를 맹추격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시장점유율 10.1%를 기록, 도요타를 0.1% 차이로 추격 중이며 혼다(8.5%)와 닛산(7.2%)을 제쳤다.
자동차성능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완전 복구되지 않아 현대·기아차가 올해 혼다를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도요타마저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가 도요타와 혼다만 제치면 미국 시장에서도 해외브랜드 판매 1위를 달성하게 된다.
◆남은 과제는 글로벌 경영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약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대지진에 따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 때문이다. 도요타·닛산·혼다 등은 빨라야 올 9월부터 조업 정상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자동차 산업이 올 11월쯤 돼야 지진 이전 생산 수준으로 완전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무디스 등 해외 유명 신용평가회사들은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 등 8개 자회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품질 및 디자인을 크게 향상시켰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환골탈태한 덕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때 낙오자였던 현대차가 이제는 다른 해외 자동차 업체들을 멀찌감치 앞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기아차가 품질과 디자인을 앞세워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신제품을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도 없지 않다. 도요타처럼 빠른 성장세가 품질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진검승부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지진 피해에서 벗어나는 내년부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도 현대·기아차가 일본 업체들을 제치면, 진정한 아시아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