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다들 7년 만에 윔블던 결승에 오른 마리아 샤라포바(세계 랭킹 6위·러시아)가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우승하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3일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11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의 주인공은 페트라 크비토바(8위·체코)였다. 크비토바는 이날 우승과 함께 111만 파운드(약 18억8000만원)의 상금도 손에 넣었다.
크비토바가 샤라포바를 2대0(6-3 6-4)으로 누르고 정상에 오르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도대체 크비토바가 누구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윔블던 인터넷 홈페이지도 '대회 개막 전 크비토바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21세의 크비토바는 2010년 WTA(여자프로테니스) 신인왕을 차지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메이저대회를 18번 제패했던 '철녀(鐵女)'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56)와 같은 왼손잡이 체코 출신 선수여서 '제2의 나브라틸로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왼손잡이 선수가 우승한 것도 1990년 나브라틸로바 이후 21년 만이다.
크비토바는 이날 경기에서 나브라틸로바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183㎝의 키에서 뿜어 나오는 시속 190㎞대 서브로 샤라포바의 발을 묶었고, 코트 구석을 찌르는 낮고 빠른 리턴으로 손쉽게 포인트를 따냈다. 1세트를 6대3으로 가볍게 이긴 크비토바는 2세트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끈질기게 받아내며 허점을 노리는 침착함을 보였다. 조급해진 샤라포바는 3―3으로 맞선 승부처에서 더블폴트를 2개나 저지르는 등 자멸했고, 결국 4대6으로 세트를 내줬다. 예상 밖의 완패를 당한 샤라포바는 "불행히도 테니스에는 승자가 한 명뿐"이라며 "크비토바는 오늘 정말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크비토바는 어릴 때부터 나브라틸로바의 경기 비디오를 구해 보면서 실력을 쌓은 '나브라틸로바 키드'다. 강력한 서비스 외에도 포핸드·백핸드 스트로크와 발리 등 다양한 기술에 고루 능한 것도 나브라틸로바를 닮았다. 이런 기술을 앞세워 크비토바는 올해 하드·실내·클레이·잔디 코트에서 모두 한 차례씩 우승했다. 나브라틸로바(윔블던 9회·프랑스오픈 2회·US오픈 4회·호주오픈 3회 우승)도 코트를 가리지 않았다.
이날 윔블던에서 크비토바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본 나브라틸로바는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시상식이 끝나자 나브라틸로바는 크비토바에게 다가가 "오늘 경기는 정말 위대한 승리였다"고 축하했다. 크비토바는 "나브라틸로바 같은 선수와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나브라틸로바가 나를 응원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을 정도"라며 감격했다.
▲페트라 크비토바(21) 프로필
출생: 1990년 3월 8일 체코 빌로벡
체격: 183㎝, 70㎏
세계 랭킹: 8위
통산 전적: 177승 89패
경력: 2006년 프로 데뷔
2010년 윔블던 4강
2010년 WTA 올해의 신인상
2011년 WTA 마드리드 오픈 우승
2011년 윔블던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