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 줄 알았는데, 그림이네!"(빅토리아)

"맛있겠다. 하나하나 다 먹어보고 싶어."(크리스탈)

"근데, 과자들이 다 똑같아 보여!"(설리)

"아니야, 여기 보면 팝콘도 있잖아."(엠버)

네 명의 소녀들이 미국 화가 리처드 에스테스의 1969년작 유화 '사탕가게' 앞에서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NU 예삐오' '피노키오'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5인조 걸그룹 f(x) 멤버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전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를 관람하러 왔다. 멤버 중 루나는 뮤지컬 제작발표회가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소녀들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은 '사탕가게'는 잡지와 광고회사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로 일하던 에스테스가 상점의 쇼윈도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보이고 반사되는 도시의 이미지들이 산업화가 낳은 미국 사회의 풍요를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를 찾은 걸그룹 f(x)가 ‘부드러운 비올라 1/2’을 감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빅토리아, 설리, 엠버, 크리스탈.

세계 미술의 흐름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져온 미국 미술 대표작가 47명의 작품 87점을 선보이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는 20세기 미국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휘트니미술관 소장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크리스탈은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1968년작인 '캠벨수프' 연작 앞에서 "앤디 워홀은 수프 깡통이나 세제 박스 등을 소재로 삼아 작품을 했던 작가"라고 멤버들에게 설명했다. 일상의 사물을 거대하게 재현해 낯선 느낌을 주는 작가인 클래스 올덴버그와 코샤 반 브뤼겐의 '부드러운 비올라 1/2'(2002)을 한참을 들여다본 엠버는 "느낌이 좋다. 도록을 보며 찬찬히 공부하고 싶다"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잡다한 사물을 결합시켜 의미를 부여한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블루 이글'(1961) 앞에 서더니 빅토리아가 "영화 '아이언맨'이 떠오른다"고 했다. 설리는 현대인의 고독을 즐겨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해질녘의 철로'(1929)를 가리키며 "그림 속에 들어가보고 싶을 만큼 쓸쓸한 풍경"이라며 한참을 서 있었다.

관람을 마친 소녀들은 "방송활동이 바빠 좀처럼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기 힘든데 오래간만에 즐거웠다"며 오랜만의 '문화활동'에 들뜬 모습이었다.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는 9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이달 10일까지 부모 동반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무료(단, 덕수궁 입장료는 유료). (02)755-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