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12일 오전 2시56분.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본머스시(市) 맬머스베리파크로드에서 인도에 쓰러져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 중인 한국인 여성이 발견됐다. 어학연수생 신정옥씨(당시 26세)는 급히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2001년 11월부터 본머스에서 어학연수를 받아온 신씨는 예정보다 일찍 어학연수를 마치고 체류비자 잔여기간을 활용하기 위해 현지 호텔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날 그는 일을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
영국 본머스 경찰은 사건 직후 모로코 출신의 영국인 오마르 벤귀트(30)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벤귀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길거리에서 잔인하게 여성을 칼로 찔러죽인 혐의로 2005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듯했다.
9년이 지난 2011년 6월30일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신씨 살해사건의 범인이 벤귀트가 아닌 영국 엽기 살인마 다닐로 레스티보(39)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머리카락 성도착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레스티보는 여성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2002년 11월12일 본머스에서 이웃 주민인 헤더 바넷(당시 48세)의 집에 침입해 그를 망치와 곤봉으로 때리고 목을 잘라 살해했다. 이보다 9년 앞선 1993년 9월12일엔 이탈리아 남부 포텐차에서 엘리사 클랩스(당시 16세)를 살해하기도 했다.
레스티보가 9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신씨의 살해범으로 지목된 이유는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범행수법과 정황 때문이었다. 여성들이 살해된 날짜가 모두 '12일'이며 신씨도 이날 살해됐다는 것, 신 씨의 시신 근처에 머리카락 뭉치가 발견됐는데 이 행동은 레스티보의 수법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신씨가 살해당한 장소가 레스티보가 사는 집에서 불과 세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는 것 등이 신씨가 레스티보에게 살해된 증거라는 것이다.
레스티보는 2002년 본머스 극장가와 버스에서 여성 15명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고 도망간 혐의도 인정했다. 텔레그래프 등 영국 매체들은 "레스티보는 여성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지면서 냄새를 맡으면 성욕을 느끼는 성도착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