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6~15세 아이 2832명이 성폭력을, 37명이 살해를 당했다. 14세 이상 아이는 737명이 사라졌지만 생사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다른 분야의 치안은 선진국 수준인데 왜 유독 아이들 분야만 이 지경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경찰만 놓고 본다면, 아이들 안전에 효율적인 여경(女警)의 역할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필자가 서울청 민원실장 재직 때 아동 성폭행 피해 민원이 쇄도했지만 남성들로 채워진 담당 부서는 효과적인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성폭력 전담 여경 필요성을 절감, 상부에 건의해 1992년 지방청에 여자형사기동대가 설치됐다. 모성적 시각을 가진 여경들은 남성과 달랐다. 피해 아동의 엄마처럼 대하며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잡아냈다. 그러나 임신 여경 대체 인원 미확보, 마구잡이식 인사로 갈수록 역할이 어려워졌다. 그 뒤 여경 최초로 일선 경찰서 과장과 서장을 하면서, 가뜩이나 아이 보호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데, 아이들 담당 경찰력이 부족해 그나마 있는 법·제도마저 집행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청에 여경 및 여성·아이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자고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02년 초대 과장으로 부임해보니 과 단위로 감당하기엔 문제가 너무 깊고 넓었다. 더욱 큰 문제는 당시 여경 중 최고인 내 총경 계급이 결재권자로는 최하위여서 결재가 어려웠다. 가령 여경의 모성 보호 필요성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남자 상사들은, 심지어 실종아이찾기센터 설치를 1년 넘게 건의했지만 거절해오다, 필자가 퇴직한 직후 실종 아이 살해 사건들이 터져서야 설치했다. 결국 여성의 시각이 필요한 일조차 남성들이 도맡고, 강력한 집행 지휘가 가능한 고위직에서 여경을 배제해온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 인권이 유린된 하나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언한다. 현재 여경 경무관이 있지만 이 계급으로는 부족하다. 여경 계급을 치안감 이상으로 하고, 현재의 경찰청 여성·청소년과를 국으로 승격시켜 그 책임자로 두자. 그래서 여성·아이 보호를 책임지고 다룰 수 있도록 맡기자. 더불어 7000여 여경의 모성적 유전인자들이 아이들 보호에 작동하도록 하자. 7월 1일 여경 창설일을 맞으며, 65년 전 여경이 창설된 주된 이유도 아이들 보호를 위해서였음을 다시금 되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