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르면 29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28일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내년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29일부터 3일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의 경계가 삼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교도통신은 러시아 극동 지역 당국자들이 북·러 정상 회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모른 척하고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주장하는 북한이 한 달 사이에 북·중, 북·러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짐으로써 우리를 압박하는 전술을 펼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달 20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었다.
북한은 이날 내각 기관지인 민주 조선을 통해 "총파산된 반(反)공화국 대결정책을 부둥켜안고 모지름을(애를) 쓰는 이명박 패당에게 기대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며 당분간 남북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정일은 이번 회담을 통해 다소 소원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은 2002년 8월 당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현 총리)을 만난 후, 9년 동안 정상회담을 갖지 않았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후계체제에 대한 러시아의 인정을 명시적으로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그의 셋째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은이 동행할 가능성도 있다. 또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선 특구에 대한 투자 등 북한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남북대화를 거치지 않고 6자회담을 곧바로 열자는 북한의 입장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할 것이 확실시된다.
김정일은 2002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처럼 북한 두만강시에서 러시아 하산을 잇는 철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철로는 북한 원정리의 두만강 대교 남쪽에 있는 것으로 양국을 잇는 유일한 철로다. 김정일은 당시 특수열차를 타고 두만강시와 하산을 잇는 철로를 건넌 후, 콤소몰스크나아무레, 하바롭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